데스크로부터
국내 리눅스업계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리눅스원이 골드만삭스사로부터 거액을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리눅스인터내셔널사가 12일 홍콩계 투자회사와 관련된
파워텍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았습니다. 국내 리눅스업계의
치열한 1등 경쟁을 외국계 투자회사가 주도하고 있어 다소
씁쓸하기도 합니다.
일부 리눅스업체 관계자들은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보다 외국계를
선호하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와 중국 등 외국 시장진출에 외국계
투자회사가 더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황순현
기자가 국내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조급증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어
이들의 변명에 나름대로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신진상기자의 인터넷 마케팅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회원 수 증가에 사활을 건 마케팅 담당자들의 애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1g의 원칙' - 인터넷 마케팅
◆ 치열한 인터넷 마케팅 경쟁
안녕하세요. 신진상 입니다.
오늘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인터넷 마케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지난 4월 11일 저녁 저는 가판 신문을 보다 깜짝 놀랐습니다. 저뿐
아니고 당시 식사를 같이 하는 동료 기자들도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갑작스럽게 발표된 남북 정상 회담 소식 때문이 아니라
바로 충격적인 인터넷 기업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허브 사이트를 표방한 한 회사가 이 달 23일까지 실시하는 이벤트
광고였는데, 수입차가 여자의 다리 위를 지나가고 있고
"달아오른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시각에 따라서는 한 눈에
독자를 사로잡는 감각적 광고라고 볼 수도 있겠고 아니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웬만한 방법 아니면 네티즌들을 끌어 모으기가
어렵다. 그만큼 인터넷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라는
생각과 함께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회원 수 증가에 일희일비하는
인터넷 기업 마케팅담당자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실제 서울 테헤란 밸리에서는 요즘 인터넷 마케팅 최일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가장 고생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회원 유치
비용 체증의 법칙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이 그만큼 영리해지고
비슷한 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인터넷 기업들이 회원을
모으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죠.
◆ 눈길을 끌지 못하면 실패
지난해 가을까지에는 현금 10억 원을 쓰면, 회원 30만 명을 모으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고 하는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회원 유치비가 예전보다 두 배 가까이 더 든다는 고민을
호소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옵니다.
갈수록 배너 광고 클릭률도 떨어지는 것도 한 이유지만 요즘
네티즌들은 웬만해서는 광고 하나 보려고 마우스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벤트가 있고 없음에 따라 배너 광고 클릭률이
많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자기에게 과자
부스러기라도 떨어진다는 보장이 있어야 광고를 클릭하고 회원
가입을 해 주는 것이 요즘 네티즌들이기 때문에 쇼킹한 광고와
파격적인 경품행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얼마 전 회원 100만 명을 돌파한 한 회사는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기 전에 시간당 가입 회원수가 한 때 절반 정도로 뚝 떨어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이벤트를 크게 준비하면서 다시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입자 수를 돌려놓았습니다.
하지만 비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충 1인당 회원 유치비를
2000원에서 4000원 정도로 2배 가까이 늘려 잡았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충격요법을 동원한 광고를 기획한 이 회사의 마케팅
팀장은 이런 요지의 말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을 끌어
모으는데, '나도 한 번 해봐야지'라는 흥미를 유발시키거나 CD나
영화표 등 선물을 나눠주는 방법이 최고였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다 하기 때문에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눈을 사로잡는 외제차와 같은
고급품이나 여자를 동원하는 것이다."
회원수가 생명인 어느 커뮤니티 사이트 마케팅 담당자도 제게
고민을 호소했습니다. 이곳은 지난 1월 다섯 문제를 연속으로
맞추면 얼마간의 현금을 주는 이벤트를 열어 하루에 1만에서
1만5천명 정도의 가입자를 모았다고 합니다. 한 달만에 회원 30만
명을 돌파한 것은 현금 이벤트 덕을 가장 많이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20일 동안 이벤트가 없자 회원 가입자가 하루 6천명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시 비슷한 이벤트를 시작하면서
회원 가입자는 1만 명 선으로 늘어났다고 하는데 문제는 광고
마케팅 비용이 곱절로 늘어난 점입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기업들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이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인터넷에선 1등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패자가 되야 하는 선점의 법칙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
같았습니다.
◆ 누구를 위한 마케팅인가
마케팅 담당자들은 요즘 살인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PC앞에서 매 시간마다 회원 가입자 수를 체크하는 것도 모자라 회원
숫자가 떨어졌을 경우 팀 전체가 모여서 대책 회의를 하고 묘안을
짜내는 풍경이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데이트레이딩에 빠져
있는 주식광들 처럼 이들 마케팅 담당자들도 시간 시간 회원 가입자
변화 수치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등에 식은 땀을 흘릴 정도랍니다.
이들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1g의 원칙'이라는 말이
유행된다고 합니다.
1g의 권한이 있으면 1g의 책임이 주어진다는 것이지요. 주어진 범위
안에서 이벤트 비용을 마음껏 썼다가 회원수가 목표만큼 채워지지
않으면 언제든 책임지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인터넷
기업에서는 마케팅 담당 이사의 수명이 가장 짧다고 합니다.
실제 오프라인 마케팅 세계에서는 술 때문에 마케팅 담당자의 실제
수명이 짧아지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변화무쌍한 네티즌들의 심리를
맞추는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수명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광고와 이벤트로 회원 수를 늘리겠다는 것 외에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는 우리 나라 인터넷 기업들. 저는 인터넷이 거품이라는
말을 떠올릴 때마다 거품을 온 몸으로 떠받치는 마케팅 담당자들의
애환이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