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지의 '4월 이야기'(8일 개봉)는 지방에서 도쿄로 진학한
여대생 우즈키의 첫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4월은 일본서 새학기가
시작하는 달.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적하게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신입생 우즈키를 지켜보노라면 관객들은 아마도 작년 말 국내에서 대히트한
같은 감독의 '러브레터' 속편같은 영화를 기대할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과거 회상이나 내레이션 사용법, 인간 내면의 고운 결을
예쁘게 짚어나가는 정적인 화술은 '러브레터'의 연장선상에 있다. 수줍음
많고 여성적인 우즈키는 '러브레터' 주인공 히로코의 몇년전 과거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러나 이 고운 영화는 신입생이 겪는 일상 스케치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사랑 얘기에 접어들려는 순간 돌연 엔딩 자막을 올려 관객을 당황케 한다.
삶과 죽음 경계를 넘어서는 '러브레터'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진진한
러브 스토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허망할 정도. 시계를 보면 채 70분이
되지 않는 러닝 타임이다.

하지만 이와이 ?지는 사랑의 구체적 진행과정을 그려내는 데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상향'으로서 간직된 첫사랑의 떨림을
깨끗하게 얼려내 간소한 소묘로 액자에 담아내고 싶었을 뿐이다.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초반부에서 빨간 우산에 부서지는 빗방울을 느린 화면으로
잡아내는 종반부까지 얼핏 장면장면이 지나치게 탐미적이다 싶지만, 그것
역시 '처음 순간'의 이상적 아름다움을 잡아내려는 것이 목적임을 떠올리면
제대로 부합하는 스타일로 볼 수 있다.

역에서 배웅하는 가족을 우즈키 시선으로 표현하는 첫 장면을 비롯, 주인공
시점 샷이 유달리 많은 데서도 미세한 심리 변화를 그려내는 데 집중하고
싶어하는 감독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낚시반에 들어간 주인공이 들판에서
허공을 향해 무료하게 낚싯대를 던지는 장면에서조차 봄날의 나른한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식의 연출이 곳곳에서 잊혀지지 않는 이미지들을 만든다. 청순한
매력의 일본 톱스타 마츠 다카코가 우즈키 역을 맡아 모든 남성의 마음에
남아있는 '첫사랑의 긴 머리 소녀' 역을 살려냈다. (* 이동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