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자 손숙 윤석화, 우리 연극계 최고 여배우 셋이 연극인생 30년에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서는 연극 「세 자매」
연습장은 스타들의 불꽃튀는 경연장이었다.

4일 저녁 대학로 한 연습실. 13일부터 30일까지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있을 공연을 앞두고 한달째 연습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치도 양보 없이 광휘(광휘)를 뿜어내고 있는
배우는 세 자매 역 '빅 스리' 뿐만이 아니었다. 국립극단 서희승을 비롯해 전국환 이호성 이용녀 한명구
박지일에서 이영석 서주희 류정한 한정현까지, 역량있는 중견-신인 연극배우들이 모두 모였다. 춤솜씨 뛰어난
뮤지컬계 스타 주원성까지도 합류, 정통극 배우로 새 면모를 보여준다.

연출자 임영웅(극단 산울림 대표)씨는 "안톤 체홉 원작 연극 '세 자매'는 한두명 주인공이 끌고가는 작품이
아니라 14명 출연진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 배우들을 한 무대에 세운 것은 리얼리즘 연극을 고수하면서 현대 한국 연극에 큰 자취를 남긴 이해랑의
연극정신이다. 우선 주요 출연진들이 모두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다. 박정자 손숙 윤석화는 96년부터 98년까지
약속이나 한듯 차례로 이 상을 수상했고, 서희승도 99년 수상자다. 92년 수상자인 극단 산울림의
임영웅대표까지 연출자로 참여하니 「세 자매」는 이해랑연극상 수상자들의 작품이다. 개막 시기도 이해랑
11주기(4월 8일)에 맞춰 잡은 추모 무대다.

이해랑은 생전에 안톤 체홉에 큰 관심을 뒀다. 이해랑은 직접 ‘세 자매’를 67년 연출해 국립극단 연극으로

공연했다. 서희승은 “이해랑선생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연극으로 꼭 ‘세 자매’ 아니면 ‘갈매기’를

공연하라고 했다”고 추억했다. 그만큼 이해랑은 체홉에 큰 애착을 보였다. 체홉 연극엔 삶의 의미를

꿰뚫어보려는 안목이 녹아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 자매」가 보여주는 것도 인생의 쓰디쓴 풍경들이다.
러시아 작은 소도시에서 모스크바를 동경하며 신산(신산)한 삶을 사는 올가(박정자) 마샤(손숙)
이리나(윤석화)는 사랑도 꿈도 끝내 이루지 못한다. 그러나 좌절의 드라마가 역설적으로 전해주는 것은 "백년
지나고 천년 지나도 우리 삶이 존재하는 한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쓰라린 눈물이 때론 다시
일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만드는 생명력이 될수 있다고 '세 자매'는 이야기한다.이해랑 연출 '세
자매'로부터 30년이 넘은 오늘. '세 자매'를 또 준비하는 배우들은 연습장에서 이해랑을 생각하고 체홉을
생각한다.

"대본을 읽기만 할땐 몰랐는데 동작을 만들어가면서 이 작품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성찰이 보통이 아님을
느낍니다."(박정자)
"코끝 찡한 페이소스도 있고, 고통에 빠져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부분도 있어 심각하면서도 재미있는
연극이예요."(윤석화)

"비극도 아니고 희극도 아니고 두 요소가 다 녹아있는 매력적 작품이죠."(손숙)
연출자 임영웅은 "체홉 '세 자매'를 꼼꼼히 읽어보면서, 백년전 작품인데도 놀랄만큼 현대적인 부분이
있음에 놀랐다"고 말했다.
"극중 인물들은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과 불행에 무관심하고, 그 때문에 서로 소외됩니다. 이 얼마나 현대의
풍경과 닮았습니까. 그래서 이번엔 세트도 근대 배경 연극의 느낌을 배제하고 벽을 없애는등, 좀더 현대적인
느낌으로 다가가는 볼만한 연극을 선보일 겁니다." (02)334-5915

(*김명환기자 mhki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