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까지 당뇨치료를 받다 중단했던 환자 한 분이 얼마 전 다시
찾아왔다. 그동안 친척 소개로 당뇨에 좋다는 누에가루를 복용한 뒤 병세가
정말 호전됐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검사결과 혈당치는 130으로 거의
정상이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견됐다. 신장기능이 정상의 4분의1로
뚝 떨어진 것이다. 신부전은 당뇨병의 주요 사인임을 고려하면 심상찮은
상황이었다. 혈당치가 낮아진 것은 신부전에 빠졌다는 「나쁜 신호」이다.

췌장에서 소량 분비되는 인슐린이 콩팥에서 적절히 배설되지 못한 채
쌓이면서 인슐린 효과가 높아져 혈당 수치가 낮아진 것일 뿐이었고, 되레
심한 합병증이 생긴 것이다.

당뇨 환자 중 누에가루에 빠지는 사례를 흔히 본다. 누에가루의 효과는
연구결과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적잖다. 우선 비싸다. 병원의 당뇨
약값은 한달치가 1~3만원인데 비해, 누에가루는 수십만원 간다. 효과도
제한적이다. 누에가루는 당분흡수를 막는 한 가지 작용방식이어서, 4~5개
방식으로 효과를 내는 치료제에 비할 바 아니다. 불순물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다.

동의보감에 언급된 누에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경희대 정성현
교수도 『누에가루가 현재의 약물치료를 대체할 정도로 안전하거나 효과가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누에가루만 고집하는 것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고속버스를 놔두고 걸어가겠다는 것과 같다.

(김치형ㆍ제주세화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