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이후」의 일본 정국이 「모리(삼희랑) 총리 체제」를 축으로
발빠르게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오부치 와병 쇼크」 사흘째인 4일 집권
자민당은 각 파벌이 거당적 협력을 선언, 결속을 다짐하며 모리 정권
출범이라는 단일 해법을 만들어냈다. 다만 모리 정권은 올해 총선까지 과도
정권 성격이 강하며, 선거 결과에 따라 단명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오전 자민당 간부회의에서는 모리 간사장을 총리에 추대키로 사실상
결론 내렸다. 자민당은 이날 오후 내각 총사퇴와 국회 선임 절차를 모두 끝내
주말 전에 새 내각을 출범시킨다는 스케줄을 세우고 있다.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과 「보수당」(자유당에서 분가해 결성한 신당)도 동의하고 있어 모리
정권 출범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차기 총리 선임은 당초 주류 대 비주류의 다툼으로 번질 것이란 예상이
적지않았다. 하지만 비주류측의 가토파와 야마사키파가 모두 모리 총리안을
추인함으로써 파벌간 조정은 원만하게 끝났다. 가토·야마사키 두 사람 모두
모리 정권을 출범시킨 뒤 총선 이후의 정권 도전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인듯
하다.

과도 정권 성격답게 모리 내각은 현 각료가 거의 모두 재기용될 것이 확실하며

주요 정책도 그대로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아오키 관방장관은 총리의 입원과

관련한 「허위 발표」 책임을 물어 경질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당 간사장엔

노나카(오부치파) 간사장 대리가 「대리」의 꼬리표를 떼고 승진할 예정이다.

관심의 초점은 총선 시기. 「오부치 쇼크」 직후엔 선거를 9월 이후로 미루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민당 내에선 7월 오키나와
서밋(G8 정상회담) 이전으로 앞당기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과도 정권을
오래 끌지말고 오부치 총리에 대한 「동정표」가 사라지기 전에 앞당겨 승부를
보는게 낫다는 논리다.

마이니치(매일)신문은 『예산안 통과 후 이달 하순 국회를 해산, 5월에
총선을 치르는 안이 부상중』이라고 전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 하토야마
대표도 『선거가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모리 정권은 「잠정」의 타이틀을 벗고 본격 정권으로 변신할 수 있게
된다.

오부치 총리는 이날도 여전히 혼수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생명을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병원 관계자는 『심장은 아직 뛰고 있으나 사실상 뇌사와
다름없는 「임상적 뇌사」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영국에서 유학중인
오부치 총리의 차녀(26)가 급거 귀국, 병실을 떠나지 않고 간병중인 부인
지즈코씨와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