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목련이 피고 개나리가 노랗게 피어 우리들 마음을
화사하게 밝혀준다. 지금쯤 어느 산야에 거무스레한 겨울을 이긴 진달래가
붉게 물들고 있을까? 어디에도 겨울을 벼텨낸 생명이 없을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김없이 보리는 새싹을 틔우고 나뭇가지는 연록의 망울을 키워내고 있으니,
4월은 잔인한 달이다.
TV에서 우리에게 이런 연록의 싹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꼽는다면
단연 시사 프로그램이다.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밝히는 이런 프로그램들은
우리로 하여금 언젠가 '꽃 핀 세상'을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게 만들기 때문이다. MBC 'PD수첩'은 우리가 스쳐 지나기 쉬운 '진실'과
'정의'를 되짚어 줄 때가 많다. 탄탄한 기획력과 문제 핵심을 깊이있게 파고
드는 취재 방식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금기나 위험에 도전하며 발로 뛰는
모습은 감탄스럽다. 연변 조선족 한국인 살인 사건, 그리고 지난주 강릉
음촌마을 장애자 성폭행사건, 몽골 여인과의 국제결혼 피해 사건에 이르기까지
시의성있게 사건의 본질을 보여줬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역시 감춰진 사회 문제를 깊이 있게 들추어
내며 비판의 균형을 잃지 않는 의욕을 보인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고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해야 할 때 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태도는 '보여주기'로서의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는 인상이 짙다. 그 때마다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그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포용력과 맞물린 현실적 한계가 아닌가 싶다. MBC '시사
매거진 2580'은 'PD 수첩'과 같은 맥락으로 읽혀진다. 그러나 포맷이 여러 개
나누어져 있어 'PD 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파헤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이 시사성 강한 문제를 발빠르게 전달하며 우리의 공명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유익하다. 지난 주 방영된 한국의 일본 대중가요 표절 문제나 의정부
기지촌 여인 살해 사건 등은 각각 저작권 침해에 대해 예상되는 일본의 법적
대응, 한국과 미국이 맺고 있는 행정 협정 문제 등을 새삼 환기시켜 공감을
얻었다.
비판과 감시는 TV가 지닌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다. 사회가 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교정해 주고 인간이 지녀야 할 양심과 바람직한 가치관을 심어주는
프로그램들을 TV에서 만날 때 반갑고 흐뭇하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우리는
마음 한켠 구석에 또아리 틀고 있는 악의 감정을 끊임없이 다스리며 조화와
평화가 주는 의미를 음미할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박주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