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전국 대학가가 등록금 인상폭을 둘러싸고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부분 대학이 지난 2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다가 올들어 일제히 두
자릿수 안팎의 인상률을 내놓자, 학생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현재 10개 대학에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가 하면(경찰청 집계),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본관 점거로 학사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격렬한 반발에 대해
학교측은 적절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 새학기 대학가의 혼란이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50여개 대학 학생회는 공동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정부 투쟁까지 선언하는 등 극단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학교가 11.4%의 인상안을 발표하자 본관 건물내
집기를 들어내고 총학생회장이 지난 22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오는 3일에는 무기한 본관 점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학교측이 11% 인상안을 내놓자 『등록금을 인하하라』며 지난 21일
총학생회장이 삭발한 데 이어 30일 동맹휴업을 벌여 전공과목 수업이
대부분 취소됐다.

9.8% 인상안을 제시한 경희대는 지난 24일 학생들이 본관을 점거해
학사업무가 거의 마비됐으며, 일부 학생은 등록금을 총학생회에 납부했다.
2월말 9.5% 인상을 통보한 국민대는 신임 총장에 대한 반발과 맞물리면서
학생 400여명이 지난 28일부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또 숭실대는 총학생회 간부 12명이 지난 20일부터 6일간 단식투쟁을 하는
등 반발하자 당초 제시한 인상률 13.5%를 9.5%로 낮췄으나, 학생들은 계속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영남대와 조선대 등 5개 대학 총장실이
점거당했고, 부산대는 지난 30일 학생들이 본관의 집기를 모두 들어내 학사
업무가 마비됐다.

김동혁(22·신방4) 한양대 총학생회 정책실장은 『대학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학교운영을 개선하면 등록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통희 이화여대 재무차장은 『국고 지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등록금
인상 외에는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이동헌(28·회사원)씨는 『부모님들 부담을 생각하면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수업과 학사행정까지 마비시키면서 매번 새학기의 학교 풍경을
황폐화시키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등록금 문제는 사립대 재단의
취약성, 정부 지원 부족 등과 맞물려 곪을대로 곪아있어, 대학재정 전반의
혁명적 개선이 없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