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8000송이로 가득 덮힌 무대. 그 꽃밭 속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이 어우러진다.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쉬(60)가 이끄는 부퍼탈 탄츠
테아터가 4월3~6일 LG 아트센터 무대에 올리는 현대무용 '카네이션'
이다.

현대무용의 '전설'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피나 바우쉬는
70년대부터 춤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한 '극무용'이란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며 이름없던 부퍼탈 시립 발레단을 일약 세계 최정상 무용단으로
끌어올린 인물. 상상력 넘치면서 현대인의 일상을 날카롭게 꿰뚫는 무대는
무용인 뿐 아니라 연극, 미술인들까지 사로잡는다.

바우쉬 작품의 주제는 늘 '인간'이고 무대는 곧 '인생'이다. 사랑,
공포, 고독, 불안, 환희, 폭력, 파괴 등 다양한 인간 감정, 인간 관계가
독특한 무대 위에 펼쳐진다. 바우쉬의 무대는 한계를 모른다. 무대 앞을
유리로 막기도 하고 무대를 물, 흙, 잔디로 덮는다. 관객의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한꺼번에 자극한다. 무용수들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동작을
되풀이 하다 충격을 던진다.

피나 바우쉬의 한국 공연은 79년 '봄의 제전' 이후 두번째. 그동안 한국
무용인들이 그의 무대를 찾아 외국으로 나갔듯, 이번 한국 공연에는 외국의
고정 팬들이 몰려오고 있다. 이번 공연을 기다리는 무용평론가들의 기대도 크다.

무용평론가 김영태 = '극무용'은 일정한 형식이 없다. 전개되는 사건들이
너무 친근해 특별히 안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일상이 춤 속에서 숨쉰다.
바우쉬는 인생의 여러가지 장면을 수집해 조립한 뒤 만화경처럼 보여준다.
'이런 게 삶이다'를 환기시킨다. 그가 꺼내드는 날카로운 젓가락에 인생의
단면들이 줄줄이 끌려나온다. 아름답기도 하고 악취도 풍긴다. 친근한 일상이
바우쉬의 무용으로 종합됐을때 충격을 준다. 대단한 여자다. 79년 서울 공연
때는 춤을 추다 맨 가슴이 드러났다. 그러나 아무도 이를 선정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그의 무대는 엉뚱하다. '빅토르'란 작품은 거대한 쓰레기통이
무대다. '배 옆에서'는 모래사장이다. 늘 만나던 자연을 무대로 끌어들이고
춤의 현실로 둔갑시킨다. 세퍼드 뿐 아니라 악어, 뱀, 사슴 등 동물도 자주
등장한다.

■평론가 김태원 = 바우쉬는 마사 그레이엄, 머스 커닝햄에 이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안무가이며 위대한 연출가다. '카네이션'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다. '20세기 최고 무용 10편' 중 하나다. '인간 해방'이란
욕구를 현대무용 전통의 하나인 극무용 형식을 빌어 풍자하고 대중과 소통하기를
원한다. 브레히트의 현대적 변용 아닌가 한다. 미국 무용이 '움직임'을
강조한다면, 바우쉬는 무용을 둘러싼 문화구조를 파헤친다. 물질 문명 속
인간의 억눌림을 이야기한다. 관객이 무용수를 보며 신체의 아름다움을
느끼는게 아니라 신체를 다시 인식하게끔 한다. 우리나라 홍신자, 이정희 등
무용가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평론가 이종호 = 바우쉬는 전쟁의 상처에서 피어난 꽃이다. 정신적 상처,
현대인의 정체성 문제, 인간성 말살,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에 집착한다.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과장하고, 상처와 뒹굴고 싸운다. 그의 작품을 보면 늘
뭉클하다. 춤과 드라마가 섞여 '무브먼트'보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한다.
작품은 일상적인 움직임으로 채워지지만 격렬하고 과격한 장면도 많다. 연습 중
단원들의 부상 빈도가 높다고 들었다. 음악과 무용의 조화를 강조해 비교적 순수한
미국 무용보다 의미를 강조하는 탄츠 테아터가 한국 관객 취향에 맞을 수 있겠다.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