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변비나 설사로 고생하지 않으십니까. 변 굵기가 예전보다 가늘어
졌거나, 가끔 빈혈로 어지럽지 않으십니까. 대장암 검사는 한번쯤 해
보셨습니까. 아직 젊다고, 어리다고 안심하십니까.

모 출판사에 근무했던 김치관(33·가명)씨는 99년 11월 대장암으로 진단받고
4개월여만인 지난 13일 서울 S병원에서 사망했다. 3년쯤전부터 심한 변비와
복통으로 고생했지만, 꿈에도 암을 의심하진 않았다. 관장을 해도 변을 볼 수
없어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복강과 간, 폐에 암 세포가 퍼져 있어, 수술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의사는 『6개월 정도』라 했지만, 그 짧은 기간도 다
못 채우고 세상을 떠났다.

또 다른 S병원에선 지난해 말 박모(18·전주시)양이 복강과 간에 암이
전이된 상태로 병원에 왔다. 현재 항암치료를 받고 있지만 가망이 없다.
박양은 평소 변비나 혈변 등의 증세가 거의 없었으나, 진단 1개월쯤 전
갑자기 배가 아파 검사한 결과 말기 대장암으로 진단됐다.

대장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5500여명의 대장암
환자가 발생하고, 3000여명이 사망한다. 그러나 30대 40대 젊은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탓에 피부로 느껴지는 공포감은 한낱 통계수치로 가늠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직원수가 250여명인 C사의 경우, 30대와 40대 임직원 두 명이 최근
잇따라 대장암 에 걸려 수술을 받았고, 직원 가족 중 한명(27·여)은 지난해 말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임직원이 줄줄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정도로 불안에 쌓여 있다. 이 회사 김모(42) 부장은 『최근 고교
동창 중 한 명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만나는 사람마다 대장암 얘기를
한다』며 『평소 변비와 설사가 잦아 은근히 걱정됐는데,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고 안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계에 따르면 98년 한해동안 5405명이 대장암으로 진단됐다. 남자는 인구
10만명 당 19.3명, 여자는 12.5명 꼴이다. 98년 대장암 사망자는 3235명으로,
10년전인 88년 1070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대장암 환자 중 45세
미만의 「젊은 환자」 비율이 14.6%로 폐암(6.4%), 간암(13.1%), 위암(14.5%) 등
어떤 암보다 높아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소장은 『대장암의 발생·사망률 증가추세는 10대 암 중
가장 가파르다』며 『10년쯤 후엔 위암 자궁암 등을 제치고 1위 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