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허준'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방송 초반 단숨에 50%를
돌파한 시청률은 지난 14일 60%를 가볍게 넘어서며 사극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국민 절반 이상이 월요일과 화요일 밤 10시대에 '허준'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 사상 7번째로 높은 시청률인데, 곧 최고 기록을
넘볼 기세다. 드라마 인기를 업고 한방 치약이나 십전대보탕은 물론 정수기
광고까지 '동의보감'을 끌어대, '허준 마케팅'이란 신조어까지 나왔다.
말 그대로 '허준 신드롬'이다.
‘허준’ 대본을 쓰는 방송작가 최완규(36)씨는 “선풍적인 인기가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작품을 쓸 때마다 희한하게 체중이 5㎏씩 불어난다는
그는 요즘 몸무게가 100㎏을 넘었다. “신분 제약과 온갖 역경을 딛고 정1품
자리에 오른 허준의 성공담이라면 시청자에게 보여줄 드라마로 괜찮은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그는 “의인을 찾기 힘든
요즘의 혼탁한 세태에서 가난하고 헐벗은 환자를 보살피는 허준이란 인물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같다”고 말한다.
최씨가 방송 작가로 입신한 과정도 어찌 보면 극중 허준 만큼이나
드라마틱하다. 그는 '노동자' 출신이다. 87년 9월부터 2년 동안 인천과
경기도 성남을 전전하며 소위 '노가다' 막일로 생계를 이었다.
부엌가구 공장에서 일할 때는 하루 12시간씩 망치질을 했다. 그는 "그때는
정말 입에 풀칠하기 위해 했던 일이지만, 밑바닥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89년 대학(인천대 영문과 84학번)에 복학해서도 후배 집을 전전하다가
93년 우연히 MBC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 광고를 봤다. 단숨에 써내려간 극본이
덜컥 당선돼 방송작가로 입문했다. 다른 작가가 펑크내는 바람에 대타로 쓰게
된 MBC '종합병원'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최씨는 그때 1년반 동안 병원
약품 창고에 박스를 깔고 새우잠을 자며 대본에 매달렸다. "짐승처럼
살았다"던 시절이었다. 이후 '그들만의 포옹'(95년) '간이역'(96년)
'야망의 전설'(97년) 등 굵직한 화제작들을 써냈다.
최씨는 '허준'을 준비하면서도 성격대로 피를 말렸다. 조선왕조실록
CD롬은 물론 선조~광해군을 다룬 역사 서적과 동의보감 관련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극적 구조를 이은성 작 '동의보감'에서 빌리면서, 살을 붙였다.
드라마 '허준'은 최근 허준의 고향이 산청이 아니고, 과거가 아닌 천거로
내의원에 들어갔다는 역사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역사 왜곡 시비'에
휘말렸다. 최씨는 이에 대해 "드라마라는 속성상 '허준'엔 사실과 허구가
뒤섞일 수 밖에 없다"며 "사극을 100% 사실로 받아들이는 게 문제"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청자는 드라마를 통해 허준에 대한 지식을 접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자 고개를 끄덕여 수긍했다.
거구에 수염까지 덥수룩한 외모는 영락없는 '산적'이지만, 뜻밖에 여린
구석이 많다. 인기 작가로 손꼽힌 지 오래지만, "아직도 내가 쓴 글에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완벽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까닭이다. 최씨는 그런
성격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소설가를 지망하면서도 정작 어설픈 습작
한편도 쓰지 못했다.
그는 "방에 TV가 켜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말하는 'TV중독증'
환자다. 최씨는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최소한 '말이 되는
드라마'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사람들이 방송 시간을
기다리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