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지독한 감기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지원 유세는
모두 취소했다. 전국구 공천과 관련해 생각할 것이 많다는 설명도 있긴 하지만,
실제로 그의 몸 컨디션은 최악이다. 무리를 했기 때문이다. 공천 후유증으로
한때 야권 분열 위기에까지 처했던 이 총재는 전국 지구당 대회에 하루 8곳까지
도는 강행군을 해왔다. 당이 한창 시끄러울 때는 가족들의 눈물도 봐야 했다.
"이 총재가 사력을 다하는 것 같다"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4·13 총선은 이 총재의 대권 가도에 중요한 길목이다. 92년 총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실상 패하고서도 대통령이 됐지만 지역 기반이 없는
이 총재는 이번에 지면 고난길이다. 이기고 지는 기준은 제1당 여부. 선거
참모들은 '이제 가능성이 보인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현재로선 가능성일
뿐이다.
총선 직후 이 총재는 전당대회를 맞는다. 전당대회는 총선 승패에 따라
그 양상이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 현재 당내에서 그에게 도전할 세력은
대구·경북의 강재섭 의원, 부산·경남의 강삼재 의원, 서울의 김덕룡 의원 등 '3K'다. 이들 3명은 '총선 후'를 벼르고 있으며, 결국 연합해서 대표
주자를 낼 가능성도 있다. 이 총재가 총선에서 승리하면 이들 3K 연합의 도전은
무위에 그칠 공산이 크지만 총선에서 패하면 상당한 경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총선에서 패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설사 승리하더라도 유력
대통령후보로서의 앞길은 험난해진다. 선거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의 길로 내달릴 것이다. 이 질주와 거기에 결정적 방해가 되는
이 총재의 존재는 끊임없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를 생각하는 이 총재 참모들은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지지율
제고와 함께 이 총재의 이미지 회복도 중요하다고 본다. 어느 경우든 이
총재가 국민 속에 확고히 자리잡지 않고서는 앞으로 2년 반을 버텨내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특히 이 총재 개인에 대한 지지도가 한나라당 지지도를
앞선 적이 드물었던 데다, 이번 공천 파동으로 이 총재의 이미지는 더 흠집이
났다. '차갑다' '귀족적이다'는 비 대중적 이미지를 이번에 탈피해야만
한다는 게 참모들의 생각이다. "체면이 구겨지고 누가 손가락질 하더라도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참모들 가운데선 '뉴(new) 이회창
플랜'도 성안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