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실시된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여당을 누르고 야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볜(진수편) 후보가 당선된 것은 1949년이래 대만 역사상 큰 획을 긋는
변화이다. 대만이 그간 경제적 발전에 이어 새천년 새시대에 민주정치 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집권 국민당이 중국대륙의 0.38%밖에 안 되는 면적에서 그동안 발전을
거듭하여 99년에는 GNP(국내총생산) 2900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1만3200달러,
외환보유고 1140억달러라는 경제적 업적을 이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앞으로 아시아 정치에 많은 시사점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초반 냉전이 끝났을 때, 당시 대만의 국민당 정권도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여 단계적 민주화를 추진하였다. 그중 중요한 것이 91년
「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동원감란시기임시조관)」이라는 중국대륙과 대치시기의
특수한 권력집중을 부여한 임시조례를 폐지한 것이다. 이에 기초하여 92년과
96년에 각각 입법원(=국회)과 총통직선을 허용함으로써 민주정치발전의 길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국민당은 나름대로의 공헌을 했다고 평가된다.
이러한 국민당의 업적에도 불구하고 금번 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다음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민당은 자유로운 경선에 의한 후보결정 등 자체내의 민주화를 간과한
것이다. 국민당내에서 지지도가 높았던 쑹추위(송초유· 전 대만성장)가 당내
정식 후보가 되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함으로써 국민당 지지표는 국민당의
정식후보인 롄잔(연전·지지율 23.1%)과 무소속 쑹추위(지지율 36.8%)로 분열된
것이다.
둘째 국민당 50년의 장기 집권동안 쌓여온 부패가 자정되지 못함에 따라,
야당인 민진당은 부패정치 청산 등 개혁을 구호로 내걸었음에 비해, 국민당은
정치·경제적 수준이 급격히 높아진 2300만 대만인의 개혁요구를 반영할 자세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유권자들은 판단한 것이다.
셋째, 중국대륙측의 무력사용 위협 등 대만에 대한 강성발언이 오히려
대만인들의 반감을 일으켜 야당인 민진당에 도움을 준 것으로 현지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대만인의 60%이상이 현상유지를 원하고 있고, 70% 이상이
중국대륙의 통일방식인 「일국양제」를 반대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대만인의 현 심정인 것이다.
금번 총통선거에서 대만 유권자들은 예상외로 높은 투표율(82.7%)을
보여줌으로써, 이번 총통선거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며, 특히 야당인 민진당의 천수이볜 후보가 당선된 것은 과거
국민당이 쌓아온 긍정적 업적을 바탕으로, 부정적 면에 대한 개혁을 거쳐
대만을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실체로 더욱 발전시켜 달라는 대만 유권자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한편 금번 천수이볜 당선자가 96년 당시
리덩후이(이등휘) 총통 당선자 지지율 54%에 못 미치는 39.3%를 기록한 것은
앞으로 당파를 초월한 지지세력 규합 등 화합을 위한 적극적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대만도 2000년에 중국대륙에 이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게 되면
경제적 면 뿐 아니라 양안관계에서도 3통(통상, 통신, 통항) 협상 등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새로운 도전은 민진당의 새로운
정부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우리와 대만과는 93년 7월 비공식관계를 수립한 바 있고, 99년도 양측간 왕복
교역액이 약 98억달러에 달하는 등 실질관계는 계속 증진되어 왔다. 금번
선거이후에도 한·대만간의 실질적인 관계가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한다.
(윤해중·대만주재 한국대표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