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 탐닉하는 인간 본능을 화려한 색채와 소리의 이미지로 보여주는 일본
감독 오시마 나기사의 문제작 '감각의 제국'이 4월 1일 전국 영화관서
개봉한다.
지난주 시사회에서 공개된 한국 상영판 러닝 타임은 91분. 104분짜리
국제판에서 성기 노출 장면 등을 16분 가량 자른 뒤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 상영판도 직접적 성행위 장면만 20회 가까이 나오는 등 성 표현 수위가 지금까지 국내 상영됐던 어떤 영화보다 높다는 평이 많아, 일반 개봉 후 어떤 파장을 불러 올지 벌써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각의 제국'은 76년 프랑스 자본으로 만든 일본 영화. 1936년 일본서
있었던 '아베 사다' 사건을 소재로 했다. 요릿집 주인과 사련에 빠진 그 집
하녀 아베 사다가 끝없는 육체적 욕망 충족에 탐닉하다 그를 목졸라 죽이고
성기를 절단해 '영원히' 그를 가진다는 줄거리.
뻔할 정도로 '통속적' 이야기지만, 영화 제작 당시 44세였던 오시마 감독은 당시 일본서 금지되어있던 '포르노' 스타일을 채택, 프랑스 자본으로 제작해서 일본으로 역수입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일본 사회에 도전했다. 서구에서는 대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일본서는 '음란물' 법정 투쟁 끝에 83년에야 상영할 수 있었다.
성기와 성행위 장면 클로즈업, 엿보기, 사도 마조히즘, 강간 등 하드 코어
포르노 방법론을 모두 동원하지만, 영화는 무작정한 애욕에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정치성도 짙다.
일장기로 늙은 거지의 성기를 건드려 놀리는 장면이나, 일장기 흔들며 출정 군인을 환송하는 장면과 성에 탐닉하는 주인공을 엇갈려 놓는 장면 등에서 군국주의 '늙은' 일본에 대한 조롱이 두드러진다. 화려한 기모노와 실내 장식의 아름다운 색깔, 비단 옷 스치는 소리 등 극도로 탐미적이며 감각적인 영상은 일본 문학의 전통을 재현한 것이란 평도 받는다.
시사회를 본 영화평론가 등 전문가들은 "성 표현으로는 이보다 더한 에로
필름들이 비디오 숍에 수도 없이 깔린 마당에 굳이 문제 삼을 것은 없다"는
게 주조다.
오히려 "정치적 함의를 지닌 장면이나 주인공들이 파국으로 달려갈 수 밖에 없게 되는 과정을 드러내보이는 장면 등이 너무 많이 잘려 얼치기 포르노처럼 돼버렸다"는 비판도 있다.
평론가 전찬일씨는 "문맥에 상관없이 성기 노출 장면만 잘라버림으로서 '금기에 도전한다'는 이 영화의 기본 미덕은 포기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이러면서까지 일반 영화관 상영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아쉬워한다.
그러나 영화는 개봉 후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영상물등급심의 위원 중 한 사람 조차 "이 영화를 일반 상영하게 된 것을
보고 일본 신문 기자가 대중 문화와 성 표현에 대해 한국이 상당히 앞서 가는
것 같다고 놀라더라"고 전하는 게 한 예다.
노골적인 성묘사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또 일본 특유의 탐미적 감각이 얼마나 대중들에게 먹힐 지 이 영화 개봉 후 향방이 주목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