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전문 케이블TV m·net의 새내기 직장인 이정원(24)씨. 평소 허리띠를
꽉꽉 졸라맨다. 그러나 여행에는 수백만원씩 아낌 없이 퍼붓는다. 동남아
중국 유럽을 돌았다. 다음 목표는 아메리카 대륙. 지금 죽어라고 저금하는
건 조만간 펑펑 쓰기 위해서다. 죽도록 하고 싶은 걸 위해 죽도록 아낀다.
그렇게 모은 돈을 후회없이 한방에 써버린다. 서울 이촌동의 주부 정모(28)씨는
29평짜리 아파트에 전세로 산다. 그러나 "남편과 돈 모아 중고 BMW 승용차를
사기로 했다"고 말한다.

"나를 위해선 아낌없다." "사고 싶은 건 악착같이 사고야 만다."

2029(20세에서 29세)세대의 돈 쓰는 공식은 튀는 데가 있다. 다른 세대가

보기엔 헤프고, 때론 지독하다. 윗세대가 일군 경제성장의 과실을 아낌없이

세례받은 축복의 세대라서일까.

영상세대 20대는 눈이 높다. 입맛이 까다롭다. 싫고 좋고가 확실하다. 요즘
20대 치고 '단골집' 하나 없는 사람 있을까. 취향이 분명해 `마니아'식
쇼핑을 즐긴다. 구두와 넥타이, 액세서리까지 맞춰 입는 남자, 속옷 색깔까지
신경쓰는 여자. 20대는 철저하게 `나' 에게 투자한다.

눈썹 문신하고, 전문숍에서 손톱 다듬고 박피 수술 받고…. 자기를 위한
`작은 사치'에는 끝이 없다. 다른 세대엔 허영기로 비춰진다. 내가 예뻐지는데
성형수술도 거리낄게 없다. "혼자 원룸 사는 친구가 휴가를 내서 코를 살짝
수술했어요. 자기 부모도 몰라본다고 해서 같이 웃었어요." 회사원
김정원(27)씨는 야무지게 쇼핑하는 20대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별로
힙합이나 여성스런 정장 풍 등 분위기를 정해 패션을 연출한다.

2029세대는 겉치장에만 신경쓰나? 그렇지는 않다. 거울 안 보는 젊은이도
많다. 대학생 전선해(22)씨. 요즘 한창 인라인 스케이팅에 빠져 얼마전
수십만원대 장비를 갖췄다. 조만간 39만원짜리 MD 플레이어를 하나 살 계획.
돈은 그때 그때 닥치는대로 모은다. 건물 청소 같은 일도 마다 않는다.
택시 안 타고 걸어 다니고 밥 안먹고, 라면 먹고…. 돈이 많이 필요한가?
"아니 별로…. 쓸만큼 있고 더 쓸 일 있으면 그때 벌면 된다." 저축은
안하나? "할 생각 없다." 미래가 안 불안한가? "꼬박꼬박 저축하고 집
사고 하는 30대 처럼 되는게 더 무섭다."

대학생 허윤경(25)씨는 만화광답게 돈을 몽땅 만화책과 에니메이션 VCD,
CD 구입에 쏟는다. 소장 비디오 테이프는 100여개. 정가로 사는 법이 없다.
테크노마트와 종각, 동대문 근처 총판점을 뒤진다. 4년간 경험이 가져다준
노하우다. 대학생 박창준(22)씨는 옷에 맞는 신발에 각별한 애정을 쏟는다.
한달에 보통 2~3켤레를 산다. 싫증나면 그 많은 신발을 다 어떻게 할까?
"PC통신 통해 싸게 팔거나 다른 신발과 바꿔 신는다."

20대는 인터넷 쇼핑에도 적극적이다. 하루 쇼핑객이 5~10만명 몰린다는
인터넷 쇼핑몰 인터파크는 "20대 손님이 51%로 1위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컴퓨터 등 전자 용품, 책과 CD를 비롯해 꽃배달, 사탕 바구니 서비스,
화장품, 향수가 인기다. 대학생 이순철(23)씨는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은
셀린느 디옹 CD를 사느라 인터넷을 애용한다. 디옹CD만 모은다는 이씨는
디옹 노래가 단 1곡 들어있어도 주저없이 산다. 통신 동호회 통해서도
부지런히 정보를 확인하고 새 음반 나오면 꼭 2장씩 구입해야 직성이 풀린다.
왜? 하나는 듣기 위해, 또 하나는 소장용이다.

20대 여성의류 `베스티벨리'의 정소영 디자인 실장은 "과거에는 인기
아이템이 한꺼번에 몇천점 씩 날개 돋힌듯 팔렸다"며 "그러나 요즘은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라고 말한다. 20대는 `내가 뭘 원하는지'에 충실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