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로부터

안녕하세요. 문화부 이동진 기자입니다.

지난 2주간에 이어 오늘은 제가 만나봤던 한국의 대표적인
남자배우들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편을 보냅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여러 분께서 말씀해 주신대로 '내가 만난 한국의 여자배우들'도
쓰겠습니다. 감독들이나 해외 영화배우들에 대해 만나서 느꼈던
느낌을 적는 인상기도 차후 쓸 예정입니다.

맨 뒤에는 이주의 영화 추천순위가 붙어있습니다.

■ 내가 만난 한국의 남자 배우3

어찌어찌 하다보니 최민식 씨를 인터뷰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넘버 3' '조용한 가족' '쉬리' '해피 엔드'가 개봉됐을 때 인터뷰하고
싶었지만 지면 사정과 맞지 않아 미루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나 식사자리를 비롯한 몇몇 자리에서 그를 몇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으니 인상기를 남길 수 있겠네요.

최민식 씨는 솔직하고 열정적인 성격입니다. 남자다운 면이 참
많지요. 대학 때는 후배들에게 잘 해주면서도 '군기반장' 노릇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대개 스타들이란 사석이건 공석이건 말을 좀
꾸며서 하는 편인데, 최민식 씨는 그러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때론 거칠게도 느껴지지만 두 세 번 만나게 되면 그의
솔직함에 반하게 되지요. 아마도 인터뷰를 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대상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다소 낯을 가리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넘버 3'
촬영장에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한석규씨가 처음 보는 기자를
능숙하게 대한 데 비해 최민식 씨는 좀 쑥쓰러워 하면서 별로 말을
안 하더군요. 그러나 몇 번 거듭 만나면서 그의 익히 알려진
인간성(?)을 곧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연말 영화인들이 한데 모인 송년회 자리에서 그와 꽤 오랜 시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여전히 영화 연기에
대해 그가 갖고있는 열정을 확인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뻤습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사람을
보는 것보다 즐거운 일도 기자로선 드무니까요.

몇 차례에 걸친 스크린쿼터 시위 때 다른 스타들에 비해서 그는 훨씬
더 신념에 찬 태도로 적극 참가했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스크린쿼터 축소 음모 규탄 문제로 한참 영화계가 시끄럽던
때였는데, 조선일보에서 주최하는 한 행사에 그를 초청하려고
전화로 접촉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다가
전화를 받은 그는(직접 핸드폰으로 전화를 받는 스타는 많지
않습니다) 조심스럽게 거절하다가 결국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스크린 쿼터 문제 때문에 영화인들의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외부 행사에 참가하기는 어렵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스크린 쿼터 문제에 대한 의견이 어떠하느냐에
상관없이, 그가 얼마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예였습니다.

송강호 씨와는 사실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조용한 가족' 때 제작진과 함께 술자리에서 만난 게 처음인데, 그때
서로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저와
다투었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냥 술자리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일찍 그는 제게
전화를 걸어와 사과를 했습니다.

그땐 엉겁결에 사과를 받아들이고
신경 쓰지 말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사과를 받을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그는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사과했는데,
배우 이미지와는 달리 퍽 섬세한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뒤 몇 차례에 걸쳐 그를 만났는데, 지금 송강호 씨는 제가
'개인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사람입니다. 사실
그는 영화 속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참 많이 다른 사람입니다. 평소
모습은 코미디 이미지와 달리 진지하고 별 다르게 농담도 하지
않으며 수줍음도 좀 타는 것 같으니까요.

'반칙왕' 시사 후 인터뷰 차 조선일보에서 만났는데 그 모든 레슬링
연기를 직접 해냈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위험한 연기를 그렇게
직접 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얼핏 타고난 코미디 재능이
있어 보이는 그는 사실 노력파에 더 가까운 성실한 사람입니다.

저는 조재현 씨의 연기를 좋아합니다.

'악어'와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그는 한국영화 사상 손꼽히는
악역 연기를 해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3년 전 조선일보
영화면에서 '스타탐구'라는 시리즈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외국
스타들만 대상으로 하다가 처음으로 한국 배우를 쓰기로 했을 때 전
조재현 씨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그와 인터뷰를 했는데,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도 그는 동전이나 담배를 사라지게 하는 마술을 선보이며
떠들썩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장난기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그의 매니저는 그의 고등학교 친구였는데 제 앞에서도 아무
거리낌없이 장난과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자니 저도 마음이
즐거워졌습니다.

영화 '영원한 제국'이나 연극 '에쿠우스'에서의 그의 모습을
기억하던 제게 그는 배우로서 한동안 무척이나 지적이고 섬약한
이미지로 남아있었는데, 실제 그는 쾌활하고 활기 넘치며 부담 없는
사람이었던 것으로 지금 기억됩니다. 인터뷰를 통해 그가 참 험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 그의 연기의 비밀 한 자락을 엿본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이상스레 관계가 꼬이는 경우가 있지요.
하필이면 인터뷰를 한 뒤 지면 개편이 되어 '스타탐구' 코너가
없어지는 바람에 그에 대한 기사를 쓰지 못하게 됐으니까요. 그렇게
얼마 지난 뒤 전화를 걸어 기사를 싣지 못하게 됐다고 사과는
했지만, 못내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한참 뒤 그를
우연히 어떤 자리에서 만났는데, 제 이전 잘못이 기억나 제가 슬슬
피하게 되더군요. 쩝. 다음에 그와 다시 인터뷰할 기회가 있으면
제가 제 잘못을 만회해야 할텐데요, 음.

김승우씨에 대해서도 쓰고 싶지만 제대로 만난 적이 없어서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몇 번 지나친 느낌으로는 퍽이나 착한 사람인
것 같더군요.

■ 이번 주(18일부터) 상영작 추천순위

작품성

1위.아메리칸 뷰티
2위.숨결
3위.인사이더
4위.리플리
5위.반칙왕
6위.소년은 울지 않는다
7위.그린 마일
8위.고
9위.잔다르크
10위.색정남녀
11위.허리케인 카터
12위.나인 야드
13위.갬블
14위.진실게임
15위.신혼여행

오락성

1위.반칙왕
2위.아메리칸 뷰티
3위.나인 야드
4위.리플리
5위.잔다르크
6위.고
7위.그린 마일
8위.인사이더
9위.색정남녀
10위.갬블
11위.진실게임
12위.허리케인 카터
13위.신혼여행
14위.숨결
15위.소년은 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