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는 가톨릭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의미깊은 미사가 진행됐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미사를 통해
가톨릭이 지난 2000년 동안 저질렀던 과오에 대해 용서를 구한 것이다.
교황은 사순절을 기념하기 위한 보라색 제의를 입고 미사를 집전했으며,
성당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성직자와 교인 1만여명이 참석했다. 사순절은
부활절 전날까지의 40일간을 가리키며, 예수가 광야에서 금식 등을 통해
악마의 유혹과 고통을 이겨낸 40일간을 기리기 위한 것. 교황은 특별히
'용서의 날'을 사순절 기간 중에 택해 참회의 뜻을 강조하고자 했다.
교황이 용서를 구한 과거 가톨릭의 죄는 다른 종교에 대한 박해 유태인
박해 기독교도들의 분파 여성에 대한 억압 인종 차별 등이다. 교황은
"진리를 구한다는 이름으로 치러진 폭력과, 다른 종교를 따르는
사람들에게 보였던 불신과 적의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NN·BBC·AP통신 등 외신들은 십자군전쟁을 비롯한
종교전쟁과 피정복 원주민에 대한 강압적 개종 요구, 마녀사냥을 포함한
종교재판을 함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시디 추기경이 유태인 박해에
대해 고백하는 등 구체적인 죄에 대해서는 5명의 추기경과 2명의
대주교들이 용서를 구했다. 추기경들은 "다른 문화와 종교적인 전통들을
업신여겼으며, 너무나 자주 여성들을 모욕하고 소외시켰다"고 죄를
고백했다. 추기경과 주교들이 고백을 마칠 때마다 교황은 참회의 뜻으로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고상에 입을 맞췄다.
교황은 "가톨릭은 그 동안
가톨릭이 당해온 박해에 대해서도 가해자들을 용서할 준비가 돼 있다"며
참회와 함께 용서를 베푸는 모습을 함께 보였다.
교황은 참석자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고백문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교황의 얼굴은 이날 참회자의
모습이어서인지 더욱 어두워보였다.
올해 79세인 교황은 자신의 건강을
자신하지 못한 상황에서 가톨릭의 과거 사죄라는 역사적인 무대를
일찌감치 준비하고 재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몇 년 전부터 새
천년이 열리는 올해야말로 가톨릭이 과거를 참회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해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가톨릭이 과거를 청산해야 새 천년을
맞아 새롭게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의 참회 내용이 기대에
훨씬 미흡하다는 비난도 있다. 유태인측에서는 이날 교황의 사과에
홀로코스트(유태인 대학살)에 대해 침묵했던 교황청에 대한 사과가
있어야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교황의 입에서 이날 집시를
제외하고는 어떤 특정 집단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교황청은 그러나
교황이 용서를 구하는 설교를 한 직후 "가톨릭이 용서를 구한 대상은
신이지 특정 집단이 아니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