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딘 고디머(77)의 장편 '거짓의 날들'
(전2권·책세상)이 출간됐다. 이 작품은 전세계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고디머의 초기작이다. 평자들은 흔히 그녀의 작품중 '최고의 여성 성장소설'로
손꼽기도 한다. 그녀가 30살이던 1953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이 겪어야
했던 변화와 개안의 과정이 치열하게 그려져 있다.
주인공 헬렌은 부모가 갖고 있는 부르조아적이고 이기적이며 인종 차별적인
백인 우월의식에 넌덜머리를 낸다. 헬렌은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면서 이중적
사고가 지배하는 환경의 질곡을 파악하고 자아와 사회에 대한 도덕적 인식을
갈구한다. 그 결과 부모와 백인 공동체로부터 소외되는 헬렌은 마침내 설 곳을
찾지 못하고 남아공을 떠나게 된다.
'어떤 점에서 보면 현재 남아프리카에서는 행복해서는 안된다는 게 맞을지도
몰라. 개인적인 삶과 타협할 수는 있지만 더 큰 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타협할 수 없다는 데서 죄의식이 생기잖아. 그것은 사람들이 묻히는 아름다운
묘지 뒤에서 소풍을 즐기는 것과 같아.'(본문 중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흑인들을 조직적으로 차별할 때 고디머는 그런 비극적
현실을 소설 공간에 형상화함으로써 펜으로 정권에 맞선 작가였다.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27년간 감옥살이를 끝내고 옥문을 나서면서 "나는 나딘을 만나야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특히 이 작품에는 여성이 갖는 성적 호기심과 연애 그리고 반항과 고뇌 등이
사춘기 소녀의 시적 감수성으로 잘 그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풍은 후기에
가면 철저한 정치성에 그 자리를 내준다고 옮긴이 왕은철 교수(전북대·
문학평론가)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