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후보들은 공개석상에서 '자원봉사자' 관련 질문을 받으면 "모두들 무보수로 돕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석에서는 "우리나라에 자원봉사자가 어디 있느냐"고 솔직히 털어 놓는다.
기존 지구당원이나 중앙당 파견 인력 혹은 후보들의 친인척이나 선후배들처럼 사적인 인연 때문에 후보들을 돕는
경우는 있지만, 나머지 운동원들은 선거법 때문에 무보수로 '위장'하고 있을 뿐 어떤 형태로든 대가가 지불되고
있다는 것이다.
후보와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에서 인력을 지원받는 경우도 있다. 수도권의 한 전직 관료 후보는 "과거 도움을
줬던 기업에서 10여명 정도 인원을 파견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반 유권자 중에서 후보나 정당을 지지하는 순수한 동기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경우는 사실상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선거구는 보통 10개동 정도로 구성되는데 선거운동기간 전에는 동별로 3~4명,
선거운동기간 중에는 10명 이상씩 인원이 필요하다"면서 "법정 등록인원인 20~30명을 제외하면 명목상
'자원봉사자'지만 실제로는 유급운동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후보 관계자는 "이들에게는 하루 최소한 3만원 이상씩 수고비를 지급하거나 다른 형태로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구당 개편대회 등 행사 때마다 동원인원당 1만원씩 성과급을 지급하거나
일정인원 이상 확보자에 대해 10만원 가량의 사례비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차비, 식사대 등의 명목으로
활동비가 지급된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운동은 철저하게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이뤄지며 이들은 보수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후보들에게 후원금을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당연히 인건비 부담은 미미한 편이다. 영국 보수당
앤드류 의원의 경우 97년 총선에서 지출한 인건비는 사무장 900파운드, 여사무원 600파운드 등
1500파운드(300만원)가 전부였다.
독일 본 시의회 녹색당 원내총무인 톰 슈미트(40)씨는 작년 9월 본 시내 32개
선거구의 선거를 단돈 5만마르크(3000만원)로 치렀다며 "하루 50~6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퇴근시간 후와 주말을
이용, 선거구 내 주요 지점에서 팸플릿을 나눠주면서 지지를 호소했으며 인건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김기식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기존 정당이나 후보들은 아직 유권자들이 순수하게 돕고 싶다는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고 있고, 또 기존 선거판은 돈을 통한 조직가동 형태로 돼 있어 일반 유권자들은 끼어들 수도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자원봉사활동은 20~30대 젊은층이 주축이 돼야 하는데 이들의 정치 냉소주의가
참여율을 떨어뜨리는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