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전자공학과에 재학 중인 김경진·박지영(23)씨는 지난해 1월
창업자금 20만원으로 e카드 서비스업체 카드코리아(현 ㈜인터카드넷)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현재 회원 18만명에 하루 카드발송량이 많게는 1만통을
헤아릴 정도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김·박씨는 일에 파묻혀 사느라 졸업도
한 해 미루었다.
경제계에 여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홍보나 광고, 미용 등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강했던 업종뿐 아니라 벤처업계와 제조업에까지 여성 최고경영자
(CEO·Chief Executive Officer)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 여성
기업인들은 단단했던 남성 파워에 도전하며 영토를 넓히고 있고, 젊은
여성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벤처기업을 급성장시켜 남성경영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건설자재 운반시스템 설치 전문 회사인 모노테크 한효순(35) 사장은 6년째
지하철 공사 현장만을 누비고 있다. 그녀가 모노레일을 놓은 지하철 공사
현장은 60여 군데. 현재도 서울 지하철6호선 1~12공구 현장 등 28군데에
모노레일을 깔고 있다.
아동용 가구전문업체인 ㈜도도의 길준경(39) 사장은 특허가구를 많이
만들어내며 가구업계의 「신데렐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녀는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한 ㈜도도를 연간 3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단단한
기업」으로 일궈냈다.
홍보대행업계에선 「여성 파워」는 이미 남성들을 앞질렀다. 뉴스커뮤니케이션
박수환 사장과 드림커뮤니케이션의 이지선 사장, 링크인터네셔널의 정혜숙 사장은
홍보업계 3대 여걸로 통한다. 특히 여상출신인 박 사장의 경우, 영어를 독학으로
닦아 외국기업 홍보대행사 사장 위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벤처업계 여성CEO의 약진은 눈부시다. 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이지디지털」의 이영남(42) 사장은 남편과 함께 회사를 꾸려오다 최근
남편을 「독립」시켰다. 마케팅 등 대외활동을 도맡아온 그녀는 한 달에 한 번씩은
해외출장을 간다. 95년 설립된 벤처기업 토털 컨설팅업체인 「BnC Asia.com」의
김소연(33) 사장은 테헤란밸리에서 남성들 뺨치는 마당발. 불과 3일 만에
개인투자자 15명으로부터 4억6000만원을 모으는 실력이다. 10여개의 벤처기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컨설팅하면서 맺은 휴먼네트워크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지하철 관련 장비 개발업체인 「오토피스엔지니어링」 정희자(46) 사장과
㈜현민시스템 이화순(48) 사장, 「아미티에」의 김정식(42) 사장도 벤처업계에서
알아주는 여성 CEO들이다. 정희자 사장은 현재 여성벤처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회사의 핵심 포스트에도 여성들이 맹활약 중이다. 대기업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벤처기업인 「디자인스톰」은 전체 직원 51명 중 여성이 31명.손정숙(34) 사장을
비롯해 디자인실장과 프로젝트팀장 등 주요 직책을 여성이 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샤데이' 의류 숍마스터 손미라씨는 탁월한 고객관리
노하우로 연봉 1억원을 받고 있다.
한국여성벤처협회 하정숙 사무국장은 『현재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벤처기업
설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150여 명 남짓한 벤처업계 여성 CEO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