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은 공고도 되지 않았는데, 각 당이 총선후 정계개편 문제를
경쟁적으로 꺼내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정치적 명분과 민심을 잡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7일 청주 상당, 흥덕 합동지구당대회에서 『이번 총선이
끝나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 정계개편은 내각제를 하려는 개헌세력과 대통령제를
지키려는 호헌세력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두
세력간의 대결이 총선후 정국의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국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구도이므로 이번 선거에서 야당
지지자들은 모두 한나라당을 찍어달라는 호소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자민련과 가칭 민국당은 선거후 내각제를 고리로
민주당과 공조하거나 합칠 세력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유일야당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다. 자민련은 「위장 야당」, 민국당(가칭)을 「DJ 2중대당」
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자민련

이한동 총재에 이어 김종필 명예총재도 7일 정계개편론을 말했다. 그는
이날 천안 지구당 정기대회 인사말을 통해 "지금 여러 당이 나오고 있지만
결국 선거 끝나면 민주당 한나라당 민국당과 자민련이 남을 것이고, 민국당은
경상도에서 상당한 기반을 갖게 될 것 같다"며 "자민련은 이렇게 3당이
갈라지는 것을 잘 조정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남과
호남은 지역감정을 치유할 수 없고 충청도만이 할 수 있다는 주장과도 맥이
통한다. 이 총재는 연일 선거 후에는 보-혁 양당 체제로 재편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주장들에는 자민련의 「야당선언」이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민국당

김윤환 최고위원은 6일 구미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총선후 야권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야당 개편을 불가피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광일 최고위원도 7일 기자들과 만나 "총선후 야권통합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국당이 총선후 야권 개편론을 제기한 이유는 뭘까.
야권분열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신당을 창당한 입장에서 전략지역인
영남에서의 선거분위기를 한나라당과 민국당의 양당구도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 같다. 반DJ정서가 강한 영남 유권자들에게 "한나라당과
민국당 등 2개의 야당이 있으며, '영남민심'을 대변하는 진짜야당은
민국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민국당의 선거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

김대중 대통령은 조선일보 창간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민 앞에 5년간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내 입장에서 공동정부를
깰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총선후 자민련과 공조 복원을 선언한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그러나 김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안정의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민련만 아니라 민국당도 정책연합, 공동정부,
합당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 대상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일단 자민련이 우리의 친숙한 파트너지만, 민국당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 김민철기자 mckim@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