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이 100m 앞이면 원외 위원장은 60m 앞에 보내고, 무소속은
출발점에 묶는 식이다." 서울의 한 무소속 출마자는 5일 "선거법이
이렇게 돼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진작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12월에 출마 결심을 하고 월 100만원씩의 임대료에 사무실을
차린 후 친척 5명으로 시작했지만,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법정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돼 있는 선거법에 막혀 지금까지
아무 것도 못했다.

반면 충남에 출마한 자민련 모 의원은 몸살이 날 정도다. 의정보고회
명목으로 오래전부터 사실상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10분 간격 보고회가
하루에 20여 차례. 지금까지 700회 이상 의정보고회를 했고 선거 때까지
1500회를 돌파할 계획이다. 의정보고회라지만 그간 지역을 위해 한 일을
나열한 뒤 '한 번 더 밀어주셔야 일을 마칠 수 있다'며 노골적으로 지지를
호소한다고 의원측 관계자는 실토했다.

정당 공천을 받았지만 아직 개편대회를 하지 못한 한 정치 신인은
"명함을 주고 모호한 인사 한마디 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선거법이 현역에게 너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잘 부탁한다' '찍어달라'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하면 걸리고,
'예쁘게 봐달라' '어디서 근무하다 나왔다' '기억해달라'는 말은
괜찮다며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고 그는 흥분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김근태 의원 같은 사람은 불공정 게임을 자진 반납한다고
최근까지 의정보고회를 하지 않았다.

경기도의 모 정당 소속 인사는 "시골에서는 무소속 후보 흔들려면 경찰이
한 번 얼굴만 나타내면 사실상 선거운동을 스톱시킬 수 있다"며 "경찰이
왔다가면 유권자들이 그 후보 옆에 얼씬도 안하게 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원외 출마자는 고심 끝에 '정치활동실천축구단'이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매주 일요일 지역구 내 조기축구회들과 경기를 하는데,
경기 전에 "만일 반칙하면 옐로 카드를 내 주십시오. 축구 경기처럼
당당하게 (선거운동을) 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대전대 김용세 교수(법학)는 "현 정치권이 새 정치를 위해 새 인물을
영입한다지만 '새 정치'란 구호가 허구란 것은, 선거법의 각종 제한이 만인
평등의 기본 전제부터 어긴 편파적 내용으로 돼 있는 점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편파적 내용의 개정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