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SBS 새 드라마 '사랑의 전설'(24부작·6일 밤9시55분 첫 방송)
1회는 '불륜 드라마'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잔잔하게 진행됐다. 삐걱거리는
결혼 생활의 조짐을 보여 주고, 첫사랑 남자와 우연히 마주치는 식으로
드라마의 기본 줄기를 잡으면서도 화면 곳곳에 조심스러워 한 흔적이 역력하다.

영희(황신혜)는 다섯살 난 딸을 둔 주부. 펀드 매니저인 남편 정환(김상중)은
아내 기분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인물이다. 허리를 다친 아내
사정을 아랑곳하지않고 잠자리를 강요하는 식이다. 반면, 영희는 파스를
붙이려다 남편이 냄새를 싫어할까봐 그냥 눕고 마는 여자다. 첫회는 변호사가
된 첫사랑 민석(최민수)이 옆집으로 이사와 마주치는 장면에서 끝난다.

드라마는 첫회부터 등장인물 성격과 행동 동기를 차근차근 쌓아올렸다.

황신혜는 살림살이에 적당히 지친 30대 주부 연기를 꽤 그럴 듯하게 소화했다.

톡톡 튀는 전문직 여성으로 나왔던 MBC 드라마 ‘애인’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은 요즘 멋쟁이 주부들과 비교해도

수수하다. 부엌에 놓은 지갑을 얼른 찾지못해 두리번거리는 황신혜는

건망증있는 평범한 주부 모습 그대로였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김상중은

성취욕 강하고 냉철한 남자로 변신했고, ‘터프 가이’ 최민수는 반대로

부드럽고 편안한 남자로 나온다. 민석 상대역 이승연은 평소 모습대로 발랄하다.

하지만 두 남자의 직업을 펀드 매니저와 변호사로 설정한 점, 배경을 일산
목조주택 단지로 잡아 눈요기거리로 삼은 점은 시청자의 호기심과 동경을
사로잡으려는 상투적인 방식처럼 보인다.

'사랑의 전설'은 두 말 할 것 없이 '여성 드라마'다. 주부 시청자들은
대개 영희(황신혜) 입장에서 드라마를 볼 것 같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 첫사랑과의 재회라는 상황에 대한 상상…. 드라마는 그런 호기심을
자극하게 될 것이다. 최문석 PD는 "인물들이 그럴 만한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진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스토리의 개연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30대 부부의 사랑과 갈등을 다룬 '마지막 전쟁'으로 주가를 올렸던
작가 박예랑도 "절대 욕먹는 드라마는 쓰지 않겠다. 누구나 공감하게
쓰겠다"고 했다. 또 하나의 '불륜 드라마'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사랑의 전설'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은 같은 시간대에 맞붙는 MBC 드라마
'허준'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선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시사회에서
제작진은 여러 차례 " '허준'을 눌러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