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선 지난 23일 오전 인구 대이동이 일어났다. 총인구 700만명중 30만명이
시내 10개 홍콩상하이은행(HSBC) 지점 창구에 쇄도했다.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장사진을 치는 바람에 교통이 불통됐고 멱살잡이, 북새통속에 시위진압경찰까지
대거 동원됐다.

소동의 원인은 홍콩 최고의 갑부 리카싱(이가성) 일가가 창업하는 인터넷
벤쳐기업 「Tom.com(탐닷컴)」 주식이 이날 공모됐기 때문이다. 모두들 『사두면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만사-생업을 제치고 나왔다. 덕분에 당초
공모예정액 7618만 홍콩달러(이하 달러·한화 114억원 상당)의 2000배나 되는
1523억달러(22조8000억원 상당)의 뭉칫돈이 몰렸다. 홍콩 증시 사상 초유의
기록이다.

「화상 최고의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리카싱 부자의 새 사업에 홍콩인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붐을 이는 인터넷

관련사업이다. 그러나 주당 액면가(1.78달러·한화 267원 상당)보다 2000배

이상 값이 뛸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하에 투자는 카지노보다 더하다는 것이

투자분석가들의 진단이다.

「Tom.com」은 리카싱측과 중국 기업들과 합작해 설립되는 중국관련 웹 포탈
기업으로 오는 3월1일 홍콩의 「코스닥」이랄 수 있는 GEM시장에 정식상장된다.
총 주식수는 4억2800만주로 액면가로는 7억6184만달러에 달한다. 현재는 몇개의
제한된 중국어 정보-오락 컨텐츠만 운영되고 있을 뿐이며 당분간은 투자만
계속될 뿐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인터넷-첨단정보 주 붐으로 인해 「묻지마 투자」
열풍은 대단하다. 실제 주식공모현장에서 만난 홍콩인들중에는 『인터넷이
뭐냐』, 『1년 죽도록 일하느니 오늘 하루 이곳에 있는 것이 더 실속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콩신문들은 『21세기 정보화시대에 대한 희망과 비젼이
홍콩에선 투기열풍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홍콩 증시 투기 열풍은 공교롭게도 3년전 아시아 금융위기 직전에
기승을 부렸었다. 1977년 5월 중국계 부동산 회사(베이징 엔터프라이즈 홀딩)의
주식공모에 무려 1276배의 청약금이 몰려들었다. 당시는 중국으로의 주권회복
(7월1일)을 1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중국계 기업들이 떠오르는 별로 각광받던
시절이다. 그러나 이후 금융위기가 덮치면서 증시는 풍지박산이 되고 지금
문제의 기업 주가는 평범한 건설회사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