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의 전설적 창업자 이부카 마사루(정심대·1908∼97)는 생전에 영어를 꽤
한다고 평가받았다. 불가사의한 것은 그의 경우 나이와 영어실력이 비례했다는
점이다. 80세가 넘어서도 갈수록 어휘력이 풍부해져 듣는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 어떻게 노년의 기억력 감퇴를 극복하고 영어실력을 불리는지 주변에선
늘 궁금해했다고 한다.
그 의문이 이부카 사후 2년 뒤 풀렸다. 번역가 우라데 요시부미(포출선문)씨가
제시하는 해답은 「의욕과 열정」이다. 그는 80년대 후반 통역 겸 수행비서로
일하며 4년 반 동안 이부카를 지켜본 인물. 최근 펴낸 「영어꾼」이란 책에서
그는 『영어에 능통하겠다는 이부카의 왕성한 학습의지는 혀를 찰 정도였다』고
술회했다.
『외국인과 면담이 끝나면 이부카는 으레 나의 통역에 촌평을 던지곤 했다.
「아까 correct(정확한)라고 통역하던데, precise(정밀한)가 낫지 않았을까?」
「지식을 익힌다고 할 때 acquire(취득하다)를 쓰니까 되는군」 등. 이런 식으로
꼭 복습을 해두는 것이었다.』
자신이 쓴 영어구문이 며칠 뒤 이부카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그는 전했다. 『이부카는 나의 통역을 그냥 듣는 법이 없었다.
중요한 표현은 머릿속에 넣어 두었다가 반드시 자기 것으로 만들고야 말았다.
그 의욕에는 20대 나이의 나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공동 창업자인 모리타 아키오(1921∼99)도 마찬가지였다. 유창한 영어 화술로
구미를 누비며 소니를 세계적 브랜드로 만든 모리타였다. 하지만 그가 영어를
본격 시작한 것은 30대 중반이었다고 한다. 비교적 늦은 나이였지만 필사적인
노력으로 거의 막힘없는 영어실력을 갖추게 됐다.
덕분에 소니는 일찌감치 세계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10여년
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소니의 국적은 미국」이라고 답한 사람이
「일본회사」라는 응답보다 많았다고 한다. 실제로 소니 비서실에 오는 편지엔 「Sony Corporation of America, Tokyo Branch」(소니 아메리카주식회사
도쿄지사)라고 적힌 경우가 왕왕 있었다고 우라데씨는 전했다.
영어에 대한 집념은 이부카의 부인도 뒤지지 않았다. 우라데씨가 처음 통역으로
갔을 무렵 부인은 거의 벙어리 수준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인의 입이 뚫리는
듯 싶더니 점점 말이 늘어갔다. 나중엔 파티 같은 곳에서 외국인을 만나도
피하지 않고 간단한 대화를 나눌 정도까지 됐다.
비밀은 그가 이부카의 자택에 들렀을 때 풀렸다. 문을 열어주는 부인의 뒤로
영어 학습카드가 소파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게 보였다. 80대 노부인이
영어단어를 외우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라데 씨는 『나이는 영어의 장벽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