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감독 변영주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 3부작 마지막편
'숨결' 을 완성했다. 94년 첫편 '낮은 목소리' 후 7년에 걸친 장정의
대단원이다. 빈 손으로, 필름 100피트 사주기 회원 운동을 통해 제작비를
모았던 출발이지만, 이제 국내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일반 극장 상영되는
주류 작품이다.

“할머니들에게 고맙지요. 이제 인생 황혼에 서서, 끔찍했던 기억을

되살리기 싫었을 텐데 정말 열심히들 자기 모습을 드러내셨어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국에만 한정된 사안이 아니라, 필리핀, 대만, 중국, 네덜란드

등 국제적 범주로 확대됐다. 일본 정부는 국가 책임 배상을 거부하고 있지만,

유엔 등 국제 기구에서는 분명 국가 책임을 묻는 쪽으로 판정한다.

그러나 변영주의 카메라는 이같은 정치적 접근이 아닌, 이들 전쟁 성범죄
피해자의 '오늘'을 보여주는 시각을 견지한다.

92년 겨울. 처음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난 후, 변영주는 이들의 삶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다큐멘터리 하나 찍으시죠, 하고 농담처럼 말했어요. 그때
할머니들이 매스컴 세례로 신경이 예민해져서, 단번에 거절하더군요. 거절
당하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건 내가 해야돼!하구요." 의탁할
곳 없는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은 '나눔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카메라도 없이 공책 한 권도 없이 매일 놀러갔다. "남인수 노래를 외워가서
불러드렸어요. 옛날 이야긴 하나도 안하고, 그냥 딩굴딩굴 1년 노니까
할머니들이 먼저 걱정해요. 이렇게 놀지만 말고, 영화 찍을래면 찍자구요."

1편 '낮은 목소리'는 95년 봄 완성했다. 서울서 일반 극장 개봉했고
반응은 뜻밖이랄 정도로 뜨거웠다. 뮌헨, 암스텔담 등서 열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고 브뤼셀 독립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일본 배급도
성공적이었다. 1편과 함께2편은 베를린영화제 영포럼부문에 초청받았다.

"1부는 변영주의 호기심이 드러난 로드 무비고 2편은 할머니들이 카메라
앞에 와 놀고 간거예요. 3편? 비로소 할머니들의 과거로 들어갈 수 있었죠.
나물캐다 끌려간 열네살 소녀가 늙고 쭈그러진 할머니 가슴 속에 뜨겁게
살아있더라구요." 변영주는 "그게 아마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그들을
살아남게 한 힘일 것"이라고 말한다.

"이젠 아주 젊은 애들, 10대들을 찍고 싶어요. 뒷골목에, 지하철 역에
나돌아다니는 아이들,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꿈꾸는 지 혹은 무슨 꿈을
접었는지." 친구와 둘이 살고 있는 그는 지난 한해 글 쓰고 강의해서
800만원을 벌었다.

"작은 돈 아니예요. 책도 사보고 영화도 보고. 옷은
소아과 의사인 언니에게 착한 일 좀 하라고 기회를 주죠." '숨결'은
3월18일 서울 아트선재센터와 부산 시네마텍 부산서 동시 개봉한다. 그는
지금 4월 말 열릴 전주 영화제 공식 다큐멘터리 '전주, 한국 영화의
고향'(가제)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