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엔 외국어-컴퓨터 잘하고 싹싹한 젊은이 ##
8개월 동안 3명의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범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싹싹하고
친절하며, 영어-일어와 컴퓨터를 잘하는 평범한 20대 젊은이였다.
서울 노량진경찰서는 23일, 지난 16일 오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성
박모(22)씨 등 2명을 목졸라 살해하고 시체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구속된
황호진(23·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이 작년 6월에도 가정집에 들어가 잠자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연쇄 살인범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황은
경찰에서 2건의 범행사실을 모두 자백했고, 경찰은 이날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2차 범행=경찰에 따르면 황은 지난 16일 오전 1시쯤 자신이 일하던
A생맥주집 종업원 등 5명과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T나이트클럽에 놀러가
피해자 박씨와 합석했다. 황은 박씨와 함께 나이트클럽을 나온 뒤 주변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고, 『데려다 주겠다』며 택시를 타고 박씨 집에
함께 들어간 뒤 성폭행하려다 박씨가 소리치며 반항하자 우발적으로 목을
졸랐다고 말했다. 황은 박씨가 숨지자 옆방에서 자고 있던 박씨 친구
정모(21·여)씨를 깨워 성폭행한 뒤 목졸라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황은 『정씨가 나중에 신고할까과 그랬다』며 『정씨는 성폭행하려 하지
않았는데 반항하다 옷이 벗겨진 것을 보고 순간적으로 욕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황은 이후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범행 이틀 뒤인 18일 오후
10시30분쯤 박씨 집을 다시 찾아가 관악구 신림동 주유소에서 사온 석유를
시체가 누워 있는 침대에 뿌리고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황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범행 뒤 박씨 휴대폰에 『왜
만나주지 않느냐』는 음성메시지를 거짓으로 남겼다가, 통화 내역을
추적한 경찰에 22일 붙잡혔다.
황은 범행 직후인 16일 오전 9시45분쯤 생맥주집에 정상 출근해
근무했으며, 퇴근 뒤 하월곡동 「미아리텍사스」에 들러 매매춘을 하고
집에 돌아와 숨어 있었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1차 범행=경찰에 따르면 황은 작년 6월 21일 새벽 1시쯤 술을 마신 뒤
김모(25·여·로펌 직원)와 동생(21·간호전문대) 자매가 잠들어 있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4동 옥탑방에 들어가 자매의 목을 졸랐고, 동생 옆에서 언니를
강간한 뒤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보름 전쯤 옥탑방에 들어가 현금과 수첩 등이 든 가방을 훔친 황은 방의
잠금장치가 허술했던 것을 알고 다시 찾아와 범행을 저지른 것. 경찰 조사
결과 언니는 먼저 실신했고 동생을 성폭행하려 했으나 강력히 저항하자
과도로 동생을 위협, "소리지르면 당장 죽이겠으니 머리를 이불 속에
쳐박고 있으라"며 위협했다. 황은 실신한 언니를 성폭행했고, 동생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흐느끼기만 했다. 동생은 "죽을 까봐 소리도 못
질렀고 언니에게서 아무런 비명소리도 듣지 못해 별 일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숨진 언니는 H대 화학과를 수석졸업하고 로펌에 취직해 일하고
있었다.
◆가족과 성장과정=황은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아버지(58)와 전도사인
어머니(51)의 1남2녀 중 장남으로, 부모 소유인 서울 홍제동의 대지 20평
규모의 3층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다. 황은 경찰에서 『별다른 가정 불화는
없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가 충격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황은 지난 95년 서울 K고를 졸업한 뒤 4년간 생맥주집 종업원으로 일하며
대입 준비를 해왔으나, 대입 원서를 지원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고교
재학중에는 중간 정도 성적으로 연극반 활동을 하며 별다른 말썽을 부리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했다는 것. 절도 전과 때문에 병역은 면제된 상태이다.
황씨 가족은 기독교 신자로, 황씨도 고3때까지 교회에 나갔다고 말했다.
황의 어머니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도벽이 심해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황은 부모나 친척들의 지갑에 손대는 버릇 탓에 야단을 많이 맞았고,
95, 96년에 소매치기 혐의로 두 차례 소년원에 다녀왔다.
황은 컴퓨터 통신 동호회에 가입해 번개를 즐기고, 군대간 친구들과
연락도 주고받는 등 사교성이 좋은 편이라는 게 가족들의 말이다. 고등학교
때는 교회에서 중고등부 회장을 맡을 정도로 성실한 편이었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에게 무관심한 편이었던지, 아들이 어떤 업소에서 일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황은 그러나 작년 10월 서울적십자병원에 17일간 우울증으로 입원치료를
한 병력이 있다. 그는 이 진단으로 군대도 면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담당의사는 황 검거후 『심한 공격성향도 없었고, 사근사근해 치료를
중단했었다』며 『그가 연쇄살인범이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직장생활=황과 함께 명동의 모 호프집에서 일했던 김모(32)씨는
『착하고 일을 기막히게 잘했다』고 했다. 그는 황이 이곳에서 1년 정도
일했으며, 잘 생긴 얼굴 덕에 여자 손님들로부터 「시간 있으세요」란
데이트 제안을 자주 받았다』고 했다.
이 호프집 직원들은 황이 특히 컴퓨터와 외국어에 능해 손님뿐 아니라
사장으로부터도 호감을 샀다고 했다. 직원 홍모(36)씨는 『컴퓨터로 자료
정리, 물품 관리는 물론, 손님 생일 사진찍어 주는 등 이벤트 행사에도
수완을 발휘해 사장이 신임했다』고 말했다.
황은 이 술집에서 「피터」란 닉네임으로 통했으며, 주량도 소주 2병
정도 돼 자주 술을 먹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모씨는 황의 범행 소식을 듣고『인물이 훤하고 싹싹해 손님들에게
인기였고, 출근 시간에 늦은 적이 없을 정도로 일에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이었다』며 『그의 범행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