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들이 유창한 한국말로 연설을 한다. 발음은 다소 어색하지만
감정과 제스처만큼은 정확하고, 주제 또한 한국의 경제발전에서부터
한국인에 대한 따끔한 충고에 이르기까지 한국대학에서 이루어지는 발표회에
못지 않다. 베트남 역사상 처음으로 오는 26일 하노이 국립대학교 대강당에서
있을 '제1회 한국어 스피치 대회'를 앞두고 지역별 예선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베트남인들이다.
이들은 주로 베트남 내 4개 대학 한국어과에 재학하고 있는 학생들. 그러나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 한국을 알기 위해 독학으로 한국어를 배운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베트남에서 일고있는 ’한국 배우기’ 바람에 따라
만들어진 이 대회는 베트남 내 4개대학 한국어과의 요청에 따라 이들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해외봉사단이 주최하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후원해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달부터 이미 치열한 예선이 진행중인 이 대회에는 한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하지 않은 순수 베트남인들만이 참가할 수 있고, 한 사람이 5분간 자유로운
주제로 한국말을 하도록 돼 있다. 베트남인들에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베트남 내 한국어과와 한국진출기업의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번 대회에는 하노이 국립외국어대 한국어과의 노래패가 찬조출연을
하고, 하노이시의 체육국이 주관하는 태권도 시범도 곁들여진다.
베트남에는 93년 10월26일 처음으로 하노이국립종합대에 한국어과가 생긴
이래 지금은 하노이 국립대와 국립외국어대, 호치민국립인문사회과학대,
하노이 외국어정보대 등에 한국어과가 설치돼 있고, 하노이 외국어대에는
한국어과 외에 제2외국어과정으로도 한국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베트남 내에서의 한국어는 북한과의 관계가 멀어지기 시작한 80년대 이후 한때
인기가 시들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한국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일기 시작, 학생들이 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경제교류는 물론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한국바람이 불기 시작해 가히 '열풍'으로 번지고 있는
추세다.
대회를 후원하는 국제협력단의 정종혁 부소장은 "베트남인들이 한국어를
잘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진다"면서 "좀 더
많은 지원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