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1시쯤 갑작스러운 복통으로 쓰러진 임 모(84·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씨는 동네 병원들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119 구급차로 상계
백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저혈압으로 쓰러진 이 모(35·여·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는 동네 일대를 헤매다 1시간30분 만에 중앙대 용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전국 개인병원의 76%가 문을 닫고 여의도에서 「전국의사대회」를 강행한
17일, 환자들은 치료할 곳을 찾느라 큰 불편을 겪었다. 119에는『큰 병원에
실어다 달라』는 전화가 폭주했고, 미처 휴진 사실을 모르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발길을 돌리거나, 병원측과 승강이를 벌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비상근무에 들어간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과 종합병원에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10~20%씩 늘어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휴진 사실이 많이 알려졌고

종합병원들이 모두 문을 연 탓인지 우려했던 「진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개인병원 4991곳 중 80%인 3989곳이 휴업한 서울에선 병원들이 오전 일찌감치
「17일 휴진, 응급환자는 종합병원 응급실을 이용해주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써붙이고 문을 닫았다. 적지 않은 대형 종합병원들도 비번을
중심으로 대회에 참가해 남은 의사들이 바쁜 일손을 놀렸다.

삼성서울병원에선 진료과별로 전공의, 수련의 50명 등 80여 명이 자리를
비웠고 서울대병원도 전공의 일부가 여의도 집회에 참가했다. 환자들은
『의사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환자를 외면하면서까지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6살난 아들의 감기 치료를 위해 동네 병원을 찾았다가 마산 삼성병원으로 옮긴
김미영(35·경남 마산시 회원구 합성동)씨는 『환자를 볼모로 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도 볼썽사납지만 당국도 현실을 감안한 정책을 내놓아 의사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의도에 모인 의사들은 『현재 안대로 의약분업이 되면 동네의원들은
먹고 살 수가 없다』며 『정부와 국민들이 의사들의 절박한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 정말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의사들은 이달말까지 정부의
적절한 대응이 없거나 집회 주도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있을 경우 다음달
2~4일, 27~31일 집단 휴업에 들어가겠다고 결의했다.

한편, 경실련과 녹색소비자연대, YMCA 등 3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의사회가 평일 대낮에 휴진한 채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사실상 집단 진료거부 행위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의 개인병원 1만9577곳 가운데 1만4847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