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한 불법 선거운동에, 선관위 단속은 아날로그.」

총선을 앞두고 인터넷이나 PC통신에서 출마 예상자 명예훼손이나 당선 및
낙선 운동 같은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와 검찰, 경찰 등 선거사범 단속기관은 이를 단속할 가이드라인 및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불법 사이버 선거운동은 형태도 다양하다. 얼마전 경기도의 한 기초자치단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지역 총선 출마 예상자 A씨의 사생활과 금전 문제를
비방하는 글이 떠올랐다가 사라지길 며칠을 반복했다. A씨측은 범인을 찾으려
했지만,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다. 다만 컴퓨터 전문가들로부터 『이런 범인들은
컴퓨터방 등을 옮겨 다니며 비방 편지를 띄우기 때문에 추적이 힘들다』는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요즘 고등학교 동문회 사이트들에서는 출마 예상 선배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글들이 부쩍 자주 뜬다. 출마 후보들 선거사무실에서 지역구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메일 홍보물을 보내는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이를 단속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사이버 검색반」은 모두
5명밖에 안된다. 지난달 14일 발족한 이 검색반은 각 정당, 현역 의원들,
원외 출마예정자들, 정치전문 사이트 등 230여개 정치 관련 홈페이지를 순찰,
관리하기에도 버거운 실정이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PC통신 게시판, 자유 토론방 등에 매일 게재되는
수천페이지의 불법 선거운동성 글들을 일일이 분석하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중앙선관위 윤종선(42) 사이버검색반장은 『이메일을 통한 선거홍보나
떴다가 사라지는 PC통신 대화방의 흑색선전 등에 대해서는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이 현실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검색반은 『현재 6~7명의 「사이버
선거꾼」의 존재를 확인했지만, 인터넷 주소를 역추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을 잡았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사법 처리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27일 사이버 공간에서의 선거법 위반
사례를 92건 적발했지만, 처벌은 50건에 「삭제 명령」을 내린 것이 전부다.

경찰청 이상식 지능2계장은 『선거 사범의 경우 직접적 명예훼손, 낙선을
목적으로 한 후보자 비방 등이 검증돼야 처벌할 수 있다』며 『사이버 공간의
「개인적 대화」라 주장하면 실정법으로 처벌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번 총선과 관련, 지금까지 320건의 사전선거운동 사례를
적발했지만, 그 중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진 것은 2건밖에 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선거운동은 현실세계에서보다 사이버 세계에서 더 많이
자행되지만, 적발 건수는 사이버가 현실의 0.6%에 머물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