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과거 현주엽의 모든 것을 버리고 싶다. 하마라는 별명도 이제는
그만 불러달라.』
골드뱅크 현주엽(1m95)이 「제2의 전성시대」를 선포했다. 98∼99시즌
프로농구 입문 이후 긴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현주엽은 지난해 12월 24일
둥지를 SK에서 골드뱅크로 옮기면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1월
한달 프로농구 코트는 그의 독무대. 현주엽이 올 시즌 SK 유니폼을 입고
평균 19.6득점, 6.2어시스트, 4.7리바운드에 그쳤다면 골드뱅크 이적 후엔
23.2득점, 8어시스트, 6.1리바운드로 폭발적인 기록 상승세를 보였다. 동료
에릭 이버츠와의 육중한 '픽 앤드 롤'(스크린을 활용한 공격방식)은 물론이고
화려한 돌파와 유연한 어시스트까지 절로 탄성을 자아내는 솜씨를 과시한다.
고려대 시절의 현주엽은 연세대의 서장훈(2m7·연세대)과 함께 「10년에
하나 나올 만한 재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프로 SK 입단 후 라이벌 서장훈이
센터로서 굳게 자리를 잡은 반면 외국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제 포지션을 찾지
못해 완전히 빛을 잃고 말았다. 결국 작년 말 팀에서 방출되는 농구인생
최대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쓴약은 몸에 좋은 법. 현주엽은 골드뱅크로 옮긴 뒤 1월에만 두
번의 트리플 더블을 기록하는 등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입지를 완전히 다졌다.
한국농구연맹(KBL)이 지정하는 1월 MVP로도 선정됐다. 현주엽 자신도
『골드뱅크로 옮긴 뒤부터 활동반경이 훨씬 넓어졌다. 팀이 바뀐 것이 오히려
득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과거 고려대와 연세대 시절의
현주엽-서장훈 라이벌 시대가 다시 찾아온 느낌』이라고 평했다. 서장훈이
골 밑에서 외국선수들조차 압도하고 있다면 코트를 주름잡는 올라운드
플레이에선 현주엽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현주엽은 차제에 자신의 이미지도 바꾸고 싶어 한다. 어쩐지 둔하고
느릿한 「하마」라는 별명은 버리고 새로운 애칭을 받고 싶다. 구단에서
별명을 공모한 결과 골든히포, 킹콩, 피카추, 비화돈(나는 꽃돼지) 등 숱한
이색 별명이 쏟아졌다. 하지만 현주엽은 『좀더 빠르고 날랜 느낌이 드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