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심리학자가 남자에게 말하는 남자의 생」
스티브 비덜프 지음, 김훈 옮김
북하우스, 8000원
성폭행, 아동학대, 폭력, 자살, 부패…신문 사회면에 자주 등장하는 이
볼온한 단어들은 대부분 남자들의 전유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남자들은
본래 불완전하고 열등한 동물인가?
페미니스트(여성운동가)들은 이 세상이 온통 남자들 세상이라고 주장해
왔다. 과연 그럴까? 적어도 남자들의 건강과 행복, 생존에 관한 통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남자들의 평균수명은 여자보다
6년이나 짧다. 이혼부부 중 80%는 여자의 뜻에 의한 것이다. 학교에서
「지진아」 중 80%는 남자아이다. 교도소 수감자 중 90%는 남성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주의 가정문제 상담전문가 스티브 비덜프는 이처럼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에 있는 현대의「고개숙인 남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구원의 메시지를 던진다. 페미니즘으로 팽배한 오늘날 이 땅의 모든
남성들에게 깨어나라고 외친다.
그렇다고 반페미니즘의 기치를 높이 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오늘날 여성들이 진정으로 해방되지 못하는 것은, 그리고 몸만 어른일 뿐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아이들이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바로
남자들에게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남자들이 진정한 자아를 찾지 못하고,
겉치레와 허세로 「가짜 남자」 행세를 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자들은 「남성다움」(Manhood)을 잃어버렸다.
미국에서 이른바 50년대 남성상을 가장 잘 요약해 보여준 인물은
존 웨인이었다. 그는 책임감과 권위, 규율과 질서의 상징이었다. 오늘의
미국은 어떤가. 지난 수십년간 대중매체가 보여준 보편적인 남편은「사랑스런
얼간이」 우디 알렌이다. 미국 남자들은 두 영화배우가 상징하는 극단적인
역할 모델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문제는 둘 모두 대중문화가 만들어 낸
허상이라는 데 있다.
저자는 남자들에게 요구한다. 더 이상 주위환경에 적응하는 카멜레온이
되지 말라고. 진짜 남자를 여성들도 고대한다고. 『지금까지의 겉꾸밈을
내던지고,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끓고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느끼라』고
요구한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즐기고 자랑스러워 하라고 권유한다.
「남성다움」을 회복하고 성숙한 남자가 되려면, 먼저 아버지와 화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아버지는 『당신의 남성됨과 긴밀히 맞닿은 정서적
연결선』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오랜 세월 축적된 남성 공동체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친다. 그 속에서 자신의
내면적인 삶을 위한 영적 토대를 발견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주로 호주와 미국을 이야기하지만 우리 현실에도 100% 대입이
가능하다. 그는 상처받은 남자를 어루만지고, 여자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친절히 일러준다. 여성들에게는 남자들을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따뜻하게
껴안고, 서로 격려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준다.
이 책은 94년 호주에서 출간된 이래 서구사회에서「남성운동」의 지침서로
통용돼 왔으며, 전세계 남성그룹을 묶는 「맨후드 온라인」 잡지와 포럼의
결성 계기가 됐다. 저자 비덜프는 아내와 함께 영국과 호주를 오가며 「패밀리
카운셀러」로서 저술과 강의에 열중하고 있다. 「행복한 가정의 비밀」「아이
키우기」 등의 저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