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저녁 중국 베이징(북경) 노동자(공인)체육관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해버렸다. 한국의 댄스그룹 H.O.T의 현란한 몸동작에 맞추어 중국의
N세대들은 야광 막대를 휘두르며 아우성을 쳤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도 이들 5명의 한국인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H.O.T 열풍」은 공연전부터 예고됐다. 9천여장의 표가 매진됐고,
표를 구하지 못한 음악팬들은 늦은 밤까지 체육관 주변에서 발을 굴렀다.
암표상들은 가장 싼 80위안(원ㆍ1만400원) 짜리 표를 3배나 되는 200위안
(약2만6천원) 이상에 팔았다. 1만2천명을 수용하는 체육관은 무대 뒷편
좌석을 제외하곤 가득찼다.
관중의 주류는 10대 중후반 청소년들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라는
한 여학생은 『노래말 뜻을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면서도,
『그렇지만 H.O.T 음악을 들으면 신나고 가슴이 후련하다』고 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보였다. 여학생이 다수였지만 남학생도 적지않았다.
이들은 야광막대를 구부려 H.O.T란 영어 글자를 만들어 흔들며 공연 내내
『H.O.T』를 외쳐댔다. 번쩍이는 불빛 사이로 춤동작이 나올 때마다
객석에서는 『와』하는 함성소리가 터져나왔다.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부짖는 여학생도 보였다.
열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인 2일, H.O.T가 묵고있는
베이징 켐핀스키 호텔앞에는 1백명 이상의 열성팬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들어 아우성을 쳤다. 이날 H.O.T메니저사인 「SM 엔터테인먼트」사가
중국 청소년들을 상대로 오디션까지 실시하는 바람에 호텔은 밀려드는
극성팬들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2일 조간 북경신보는 『중국의 가미(음악팬)들이 H.O.T에 홀딱 반해
버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에도 「청춘미소녀」「BOB심도남해」
등의 음악그룹이 있지만, H.O.T 처럼 청중을 열광시키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해범 북경특파원hbj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