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란 꿈처럼 허무한 것이라 말하지 말아요. 다시 돌이킬수 있다면
행복했던 그 시절 돌아가고 싶어…" 그는 극중 가장 볼품없는 행색을 하고
처량한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도 커튼콜에선 관객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갈채를
받는 주인공이다. 설연휴 유일한 대형 뮤지컬인 '캐츠'(극단 대중·한진섭
연출)에서 여주인공 그리자벨라 고양이를 맡은 최주희(32)다.
그는 서울대 음대 성악과와 줄리어드 음악원 석사를 마쳤다. 뮤지컬 배우론
드물게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이번엔 성악의 발성법을 완전히 버리고
팝 발라드의 목청으로 노래부른다. 우리나라 무대에서 최주희는 새로운
얼굴이다. 97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 이후 두번째 무대다.
그러나 그는 96년 세계 뮤지컬 본고장인 브로드웨이에 진출,'왕과 나'의
미얀마 처녀 텁팀 역으로 400여회나 미국무대에 섰고 96년 토니상 여주조연상
후보에도 올랐던 실력파다.
"이번 '캐츠'는 브로드웨이판을 번역한 공연이지만 '메모리(Memory)'등
주옥같은 노래 가사를 직역하지 않고 쉽고 의미심장한 언어들로 새로
쓰다시피한게 마음에 들어요. 가사가 너무 시적이어서 다소 무거운 영국
'캐츠'보다도 더 가슴에 다가오는 것 같아요."
최주희는 "대개 오페라나 뮤지컬들에선 인물들끼리 서로 배반하고 상처주는데,
힘들어도 낙담하지 않고 살던 고양이가 예상을 깨고 하늘의 선택을 받아
승천하는 '캐츠'는 희망적 메시지를 안겨주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충분한 연습시간을 갖지 못하고 막올렸다가 공연 초반 만족스럽지 못한
공연이 있었던게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리자벨라는 늙고 추한 창녀고양이이므로 최주희는 춤도 '형편없는 춤'을
보여줘야 한다. 그는 "못추는 춤을 보여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은 23일까지 호암아트홀. (02)766-8551
(* 김명환기자 mhkim@chosun 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