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가속화와 불확실성이 예고되는 21세기에서 상황을 주도할 수 없는
공동체에 미래는 난폭하게 다가올 수 있다.
우리는 이미 20세기에 이민족 식민지배와 남북분단, 그리고 최근의 IMF
사태를 통해서 이를 경험하였다. 상황주도력을 갖춘 공동체는 자율적 생존력을
발휘하는 사회이다. 사회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이 현명하고 책임 있는 시민으로
깨어 있고, 각성된 의식과 창조적 에너지로 주어진 문제를 자기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간다.
불행히도 우리의 교육은 예나 지금이나 국가공동체적 차원에서 상황주도력을
갖추게 하는 데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교육이 창조적 인간을 기르기보다
수용적 인간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교육내용이 내생적인 것보다 외래적인
것이었고, 인재 선발방식이 독자적 발상을 격려하기보다 기성 질서의 답습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조선의 과거제도가 그랬고, 오늘날의 대입수능이나 각종
고시제도가 그렇다. 이런 제도에서 암기식 교육이 자리잡고, 점수경쟁을
조장하며, 공정성 제일주의로 사유의 균일화를 가져온다. 고득점 요령 외의
교육방법은 설 땅이 없어진다. 실험실에 있어야 할 과학고 학생들이 자퇴하여
사설학원으로 몰려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파행적 암기교육으로는 상황을 주도할 수 있는 사람들을 결코 길러낼
수 없다. 전 국민이 획일적인 교육제도의 틀에 갇혀 규격화한 인간으로
만들어진 결과, 우리 사회는 「튀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배척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이런 고질병을 시급히 바로잡지 못하면 지식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로 작용할 21세기 세계 경제전쟁에서 패잔병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 이를 막을 도리는 교육체제를 근본부터 뜯어고치는 것뿐이다.
창조적 인간을 기르는 교육으로 나아가려면, 우리는 철벽 같은 암기교육의 벽을
깨야 한다. 그것은 우리 교육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하나의 혁명적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인재의 기준을 바꾸어야 하고, 사유체계의 경직화를
가져오는 제도와 자율을 얽매는 규제를 과감하게 해제하여야 한다. 교육계를 위시한 전 사회가 함께 도와야 한다.
무엇보다 고시공화국 틀을 깨야 한다. 필답시험에 의존하는 인재선발
방식은 철폐해야 한다. 인재 선발방식을 필답시험에서 실적과 경험위주의
선발로 바꾸어야 한다. 지원자의 학업실적과 경험에 관한 학교기록, 자격증,
실무능력 등을 중요한 준거자료로 삼아야 한다. 학교기록이 타당하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학교는 전문성을 발휘하여야 하고, 사회에 응분의 책무를 져야 한다.
우리의 교사들이 세계 수준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지원하여야
한다.
각 학교가 자율-창의-다양성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인사권과 재정운영권을
학교에 부여하여야 하며, 학생선발권과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가질 수 있는
자립형 학교들이 여기저기 설립될 수 있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체제도 시급히 마련하여야 한다.
학교는 지식수용교육에서 지식생성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성의 기초를
튼튼히 하되, 학업성취의 질을 높여야 한다. 기존 지식 자체에 대한 학습보다
새로운 지식을 생성하는 방법을 알게 하는 데 강조를 두어야 한다. 컴퓨터
정보검색, 토론, 실험, 관찰, 봉사활동과 같은 체험이 학습활동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학생들은 그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은
각자의 능력과 필요에 부합하는 학습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급당 학생
수는 시급히 3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
창조적 인간 양성은 평생을 두고 일어나야 한다. 변화의 주역으로서,
더 격조높은 삶의 질을 추구하기 위한 자기계발을 돕기 위하여 학교는
재교육기관으로 열려 있어야 하며, 조기교육-사회교육-기업교육이 평생교육
차원에서 질 높게 제공되어야 한다.
( 한국교육개발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