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미국시각) 열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새해 연두교서
발표는 마치「제국의 축제」같았다. 총 89분의 연설도중 128번, 1분에
1.4회 꼴로 박수가 터져나왔고, 그것도 대부분 기립박수였다. 때로는
선거유세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연두교서 발표때 모니카 르윈스키 양과의 섹스스캔들 문제로

의사당내 긴장감이 감돌았던 분위기와는 딴판이었다. 내달이면 미

역사상 최장인 10년 연속의 경제호황을 이룩한 클린턴 시대의 폐막을

초당적으로 따뜻하게 평가하는 장이었다.

그는 「클린턴 타임」이란 말 그대로 9시보다 12분 늦게 입장했다.
한 TV 앵커는 『연두교서에서 늦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라고 웃었다.
그후 5분 동안 초당적으로 기립박수를 받느라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착석해 달라』는 말을 해야 했다.

지난주부터 백악관 참모들이 준비한 이번 연설은 역대 어느 연설보다
화려하고 다양한 내용이었다는 평가이다. 공화당 의원들조차 『연설은
훌륭했다』고 말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연설 초반은 자화자찬이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현재 미 합중국의
상태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면서 『우리가 내부의 위기 또는
외부의 위협을 거의 받지 않는 가운데 지금과 같은 번영과 사회발전을
누린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처럼 축복받은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으며, 이 시대에 살아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도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건국자들이 꿈꾸던 더욱 완벽한
합중국을 건설할 의무가 있다』면서 『정부의 지출 증대를 통해
점진적인「21세기 미국의 혁명」을 이룩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연두교서 발표에서 때로는 당파적인 분위기도 있었다. 클린턴이
선거자금법 개혁을 촉구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난색을, 민주당 의원들은
환호성을 올렸다.

이날 클린턴 대통령은 다양한 손님을 초청, 자신의 연설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총기규제를 위해선 총기사고가 난 콜럼바인 고등학교의
희생자 아버지를 초대했고, 야구스타 행크 아론, 과학자, 유고슬라비아
참전 미군장교 등을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또 힐러리 여사를
소개할 때는 입으로 『사랑한다(I love you)』는 입모양을 짓기도 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이날 뉴햄프셔에서 비행기로 날아와 자신의
뒷좌석에 앉아있던 앨 고어 부통령을 여러 차례 치켜올려, 선거운동을
돕는 듯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총기규제에 관해선 고어의
선거유세 내용을 그대로 옮긴 듯했고, 고어의 부인인 티퍼 고어를
소개하기도 했다. 브래들리측은 이에 대해 『귀족 부통령이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은 없다』고 비꼬았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날 대외문제와 관련, 미국은 과거의 적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안정된 민주국가로 떠오를 수 있도록 계속 장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공산주의 유산, 경제적 소요, 잔인하고 자멸적인
체첸 전쟁, 그리고 중국은 자유를 희생시켜 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환상
때문에 이들 두 나라가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오는 11월7일의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는 차기
대통령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내년 1월20일 백악관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