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을 벌인다고 광고하면서, 이를 미끼로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자금
명목으로 돈을 끌어들이는 신종 유사금융업체가 등장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A사는 최근 모 국제기구 한국 지부, 모 공기업과 고가의 새 천년 기념품을
한정 판매한 뒤 수익금으로 사회사업을 하겠다고 언론에 대대적인 광고를
했다. 이 회사는 일반인들에게 『최하 50만원부터 입금하면 한 달에 30%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금 명목으로 일반인의 돈을 끌어모으면서, 투자자를
소개하는 사람에게 일정 비율의 소개비를 주겠다며 피라미드식 고객유치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 모 빌딩의 이 업체 사무실에는 21일 오후 중년 남녀들이 계속
드나들며 사무실 한쪽에 마련한 입출금 창구에서 돈을 내거나 이자를 받아갔다.
이 업체는 투자자의 신원이나 실명 확인 절차 없이, 돈만 내면
「투자약정서」와 「투자금 영수증」을 만들어 줬다. 21일 발행한 50만원짜리
투자약정서에는, 2월25일까지 4~5일 간격으로 7회에 걸쳐 원리금 65만원을
균등하게 상환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업체 김모 과장은 『기념품 판매가 끝나는 이달 말까지 광고와 영업
비용으로 쓰려고 모으는 합법적인 투자금』이라며 『2월 말 기념품 판매
대금이 들어오면 모든 투자자에게 약속한 원리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이달 초부터 21일까지 수십억원의 투자금이 모였다』며 『고객이
다른 투자자를 소개해 주면 신규 고객 투자금의 5%를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업체의 예상만큼 기념품이 팔리지 않으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A업체의 「투자자금」 모금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 업체의
투자금 모집 행위는 법으로 금지된 유사금융행위』라고 밝혔다.
「유사수신행위 금지법」은 금융기관이 아니면서 출자금이나 예탁금 명목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돈을 모아 원금 이상의 이익을 보장하면 최고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1일자로 사업자등록을 한 A사는 제조업 및 도소매업으로 등록돼있을
뿐, 금융업은 업종에 들어 있지 않다. 이 회사 황모 소장은 『투자약정서는
우리 회사가 파는 시계를 할인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계약서일 뿐, 금융
피라미드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A사와 계약해 기념품을 제작하고 있는 공기업 관계자는 『예약
대금이 우리 회사의 통장으로 직접 입금되고 있으며, 물건도 우리가 발송할
예정이므로 기념품 구입자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신종 금융 피라미드 업체들은 서울 곳곳에서 활개치고 있다. 20일
A사를 찾은 김모(64·여)씨는 『남대문시장에서 하던 가게를 정리한 돈으로
금융 피라미드에 투자했다가 8000만원 이상을 날렸다』며 『이 바닥
사람들끼리 동대문, 미아리, 삼성동 등 동네 이름으로 부르는 피라미드
업체가 서울에만 수십 군데가 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파이낸스 연쇄 부도 사태 이후로 유사
금융기관들이 모호한 명칭으로 한두 달씩 「치고 빠지기」 식으로 영업하고
있어 실태 파악과 단속이 쉽지 않다』며 『투자자들은 상식 이상의 고수익을
내세우는 업체를 피하는 것이 최선의 대비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