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의 아버지, 전후 최장수 총리, 기민당 당수 25년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자랑했던 콜 전총리는 이번 스캔들로 결정적인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의회에 출석할 스캔들 관련 증인 중
제 1호로 지목된 그는 그러나 할 말이 많은 듯 하다.
20일 베를린 자택 앞을 지키고 있는 기자들에게 그는 화를 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들이 하고 있는 일은 24시간 나를
사냥하는 일이다. 당신들이 나한테 그럴 수는 없다. 그것은 진실에
관한 것이 아니며 단지 당신들이 만들어내려는 선정주의일 뿐이다.”
콜의 악에 받힌 듯한 독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기자들이 “진실을
말해달라”고 하자 “진실은 내가 당신들 얼굴에서 보고 있는 바로
그것이다”고 쏘아부쳤다.
기민당 명예당수에서 물러난 하루뒤인 19일엔 "명예를 걸고 자금
제공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호언했다.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당사자와 약속을 했으므로 끝까지 지키겠다는 것이다. 탈법적이고
초헌법적인 발상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도 마녀사냥에 굴복할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콜은 "더 잃을 것이 없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당신들 마음대로 생각하라"고 맞받았다.
콜은 작년 11월 뇌물 스캔들에 자신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자 "더러운
음모"라며 펄쩍 뛰었다. 그러나 한달이 못가 200만 마르크 수수 사실을
시인했다. 받은 돈은 구 동독지역 내 지구당 지원비 등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제 법규는 위반했지만 부패한 적은 없었다며 마지막 자존심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25년간 키워오고 끌어온 당내에서조차 외면
당하고 있다.
20일 의회에서 스캔들을 둘러싼 토론이 벌어졌다. 물론 콜은 참석하지
않았다. 콜이 자신의 공인 후계자로 키웠던 볼프강 쇼이블레 기민당 당수는
의사당에서 스캔들과 관련해 공식 사죄했다. 나아가 콜이 자금 공여자의
신원을 털어놓지 않아 스캔들을 철저히 파헤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며
「대부」를 향한 「배신의 냄새」를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