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9월 창작집 '도라지꽃 누님'으로 감동을 주었던 작가 구효서(42)가
이번 주말 신작 장편 '악당 임꺽정'(1·2권, 해냄 간)을 낸다.
임꺽정을 민초의 영웅으로 탄생시킨 최초 작가는 벽초 홍명희였다. 그의
작의에 의해 '임거정'(벽초의 작품명)은 특정한 성격과 정체성으로 태어났고
소설 속의 많은 이야기들과 통일된 관계를 갖도록 만들어졌다. 그 임거정은
식민지 백성의 억눌림을 위로하면서 저항의식을 부추길 수 있었고, 더나아가
인간성 해방을 가로막는 계급 구조의 모순까지 일깨울 수 있었다.
구효서의 회의는 여기서 비롯된다. "벽초가 가졌던 이미지 창조의 이유와
동기 따위는 간과한 채 독자들이 기성의 이미지만을 자꾸 무비판적으로
복제하거나 재생산함으로써 임꺽정 같은 인물을 외려 괴물처럼 만들어
버리지 않았을까"라는.
그래서 "박제가 되버린 임거정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그 모반을 통해
역설적으로 벽초의 정치성을 환기하려는 것"이 '악당 임꺽정'을 쓰게 된
출발점이라고 구효서는 밝히고 있다.
벽초의 임거정이 "힘이 장사고 육척
장신에 주둥이에 까치집같이 검고 거친 수염을 달고 다녔다"면 구효서의
임꺽정은 "힘이 세지도 키가 크지도 수염이 무성하지도 않았으며 벌목꾼의
작대기처럼 작고 단단할 뿐"이었다.
구효서는 이번에 임꺽정을 새로운 인간으로 재탄생시킨 '악당 임꺽정'에서
문장의 의고체를 버리지는 못했다고 고백하고, 대신 "소설의 내적인 사실성을
해치지 않는 범주 안에서 상상을 동원해 나름대로 사건들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 김광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