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켄터키주 렉싱턴 시내에서 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클라크사
본사. 80년 이상 지게차 생산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 회사 안내데스크를
지나면 곧바로 회장실을 비롯한 본부 사무실들이 붙어있고, 사무실 문을
열면 바로 생산라인과 맞닥뜨리게 된다.

생산라인 한쪽 벽에는 조립식 임시건물 형태의 사무실 2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생산-품질관리 담당자들의 사무실이다.

용접-조립-도장의 순으로 이어지는 작업상황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관리하기 위해 사무실을 생산라인 바로 옆으로 옮긴 것. 사무실 옆에는

커다란 「품질게시판」이 걸려있고, 여기에는 각종 수치와 그래프들이

가득하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조와 엔지니어링을 포함해 모든 생산과정을
모니터하고 있습니다.』

24년째 클라크에서 일하고 있다는 로이 로저스 품질담당 이사는
『여러 부문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조정팀(corrective action team)이
매주 한 차례씩 회의를 갖고 내부와 외부(고객)에서 지적된 사항을
검토해 필요한 점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라인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라인이 끝나는 곳에 자리한, 철조망으로
분리된 구역들. 이른바 「아웃소싱 구역」, 공장 안의 다른 공장이다.
타이어와 볼트 너트 등 일부 부품 관리를 다른 회사에 맡긴 것. 하역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부품의 적시조달과 작업의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생산-품질관리 담당자들의 사무실만 생산라인에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회장실과 생산라인의 거리는 약 7.5 . 마틴 도리오(54) 회장은 거의
날마다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으며,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회장실을 비롯한 클라크 본부 사무실이 현재의 생산공장 자리로 옮겨온
것은 지난 95년. 회사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사장으로 새로
부임했던 도리오 회장은 취임 직후 렉싱턴 시내에 있던 본부 사무실을
폐쇄했다. 도리오 회장은 연간 100만달러에 달하는 시내본부 임대료를
연구개발비에 투입했다.

3평 남짓한 그의 사무실은 한마디로 수수했다. 그의 사무실 문이
열려있으면 누구든지 그를 면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회의시간을
빼고는 대부분 열려있다.

도리오 회장의 명함에는 팩스번호가 적혀 있지만 그의 사무실에는
팩스가 없다. 그에게 오는 팩스는 모두 이메일로 바뀌도록 해놓았기
때문. 고객들에게서 연락을 받으면 그날 밤이나 늦어도 다음날에는
반드시 답장을 보낸다. 클라크 직원들은 평균 1주일에 한번은 도리오
회장의 이메일을 받는다. 주요 내용은 고객의 불만사항에 대한 처리가
대부분이며, 가끔은 섬뜩하기도 하다는게 직원들의 반응이다.

2층 한쪽 구석에는 10평쯤 되는 「워룸」(war room)이 있다. 영업담당
매니저들이 매일 오전 회의하는 장소로 세일즈맨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치 전쟁을 치르는 방과 같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 방에는 벽면을 돌아가며 각종 그래프와 수치들이
빼곡이 적힌 종이들이 붙어있다. 판매실적과 판매한 지게차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과 지적사항들이 주내용. 회의 때 거론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제가 허심탄회하게 논의되고, 해결된 문제는 그 자리에서 지워진다.
이 방에는 조그만 종이 하나 걸려있다. 큰 문제가 해결됐을 때 또는
대규모 주문을 받았을 때 이를 축하하기 위해 친다고 한다.

클라크가 가장 우선시하는 것 중 하나는 판매망. 북미지역 102곳과
세계적으로 600개 지점 등 700명의 딜러를 갖고 있다. 이 중에는 40년
이상 된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아들이나 딸이 사업을 물려받아 계속하는
곳도 많다. 이들의 사업을 2배, 3배로 키우는 게 클라크의 목적이라고
도리오 회장은 말했다.

클라크에도 어려운 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70∼80년대를 거치며
대부분의 물류기기업체가 적자를 면치 못했고, 클라크도 부도 직전에
몰리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클라크가 재기를 시작한 것은 96년 11월
테렉스사(Terex Corporation)에서 MBO(경영진이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로
분사하는 것) 하면서부터. 도리오 회장과 14명의 경영진이 시티코프
벤처캐피털 주식회사(CVC)와 함께 클라크를 인수했다. 이후 힘겨운
구조조정이 이어졌다. 사무실 규모를 줄이고, 7개 지역사무소를
폐쇄했다. 300명 이상의 종업원이 해고됐다.

클라크는 도리오 회장이 들어선 이후 계속 이익을 내고 있다. 4년째
매출액이 해마다 15∼20% 늘고 있다. 올해는 매출이 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2003년에는 1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라크는 현재 네트워크를 남미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도리오 회장은 『지게차
하나만으로도 시장이 넓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면서 『클라크는
앞으로도 지게차 사업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렉싱턴(미국)=이동한기자 dh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