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캐주얼 복장」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11월 이곳의 주요 신문인 「새너제 머큐리」가 『일터의 예절이
캐주얼(Casual) 복장의 희생물(Casualty)이 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유분방함을 특징으로 하는 실리콘밸리의 직장 문화에
의문을 제기한 이후,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흔히 실리콘밸리 하면 연상하게 되는 것이 카키색 면바지에
남방차림의 작업장이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사람이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는 모습이 실리콘밸리를 상징하곤 했다. 짙은 정장에
넥타이와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간편한 복장은 마치 실리콘밸리의
생산성과 창의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비쳐지곤 했다.
90년대 이후 미국의 기업들은 앞다투어 이런 실리콘밸리형 「일
중심의 실용적 문화」를 모방하기 시작했다. 전통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던 IBM마저 2년 전 「회사 안에서 정장 착용」 원칙을
포기했을 정도다. 기업연구 등을 전문으로 하는 「미 인력관리사회」의
통계에 따르면, 98년 미 기업 중 사원들에게 자유스러운 복장을 허용한
회사가 36%였는데, 99년에는 42%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자칫 「통제 불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가령 금요일 같은 날에 반바지에 샌들을 신고
출근하는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텔사의 사내문제담당
소장인 트레이스 쿤씨는 『위계질서에 대한 도전을 강조하다 보면,
지나친 일탈 사례를 접하게 된다』며 『가능한 한 토론과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고하게 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크리스틴 피어슨 교수는 『반바지를 입는
것이 직장 동료와 문화에 대한 무시를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하면
일터의 분위기 자체가 통제불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새너제이 머큐리는 통제불능에 빠지지 않기 위한 5가지 예방책을
제시했다. ▲상사들 스스로 모범을 보이고 ▲고용 과정에서 신중을
기하며 ▲작은 무례함이 발견됐을 때 단호하게 대처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대응하고 ▲상담과 훈련 등을 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