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1999년 세계경쟁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을 '절대적인 선두(Absolute Leader)'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국가경쟁력을 결정짓는 8개 분야중 2개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수위를 차지했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선 10여년째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비결은 무엇일까. 워싱턴 DC 부루킹스 연구소의 배리 보스워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고등교육기관에 가보면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하버드대학 제프리 삭스교수는 보다 구체적인 답을 제시했다. "미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것이다. 우수한 이유는

강한 경쟁(Competition)과 창의력(Creativity)을 존중하는 환경이다.

1999년 12월 16일 아침 미국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워싱턴

주립대학은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학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애틀은

북위 48도의 고위도 지역이어서 오전 7시가 지나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학교 생명공학과 교수 버디 래트너 교수(55)는

이미 30분전에 출근해 강의와 연구 준비를 끝냈다. 레트너 교수는

"대학원생을 곧바로 국제학회에 내보내 세계 저명 학자들을 직접 만나도록

해 충격을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밤 12시고 새벽이고 가리지 않고

학생들에게 이메일을 보낸다는 그는 "제자들이 나태해지지 않도록 24시간

글로벌 경쟁에 적극 노출시키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

전자공학과 교수로 영상컴퓨터시스템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김용민(46)

교수는 98년말부터 생명공학과장을 겸직하게 돼 현재 두개의 사무실을

오가고 있다. 그는 최근 디지털 영상기술을 크게 향상시키는 일본

캐논(Canon)사와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끝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인력은 교수 5명, 대학원생 12명, 학부 학생 1명이었다. 2년간

학생들과 밤샘 연구를 한 끝에 특허만도 20여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김교수는 학생들에게 보다 현대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기위해
기금을 조성해야한다. 그래서 99년만 1500만달러의 연구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비행기 출장만 모두 20차례 다녔고, 365일중 80일을 호텔방에서
지냈다. 김교수의 부인 유은애(유은애·46)씨는 "외국인이 미국대학에서
우수한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남보다 성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14일 오전 11시. 미국 동부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시의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 이 학교 컴퓨터 시스템 연구실에는 15명 안팎의
학생들이 각자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교사는
3명이었지만, 강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담당교사인 도널드 하이야트씨는
"학생들이 자신의 프로젝트를 스스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혹시
모르는 것을 물어오면 함께 풀어가는 것이 우리 교사들의 일"라고 웃었다.

토머스 제퍼슨 과학고등학교는 우수한 과학전공 학생들을 선발해
교육시키는 일종의 영재학교. 지난 11월 미국 전역에서 2700명의 지원자가
몰려 400명이 최종 선발될 정도로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입학기준은
수학과 영어, 에세이등 입학시험이 80%, 7∼8 학년 성적이 20% 반영되지만,
과학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적성과 의욕이 가장 중요시된다고 이 학교
교장인 제프리 존스씨는 설명했다.

졸업생은 상당수가 아이비리그 등의 명문 대학에 진학, 졸업생의 65%가
석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올해 하버드와 레드클리프 대학에 66명이
지원해 10명이, MIT에는 55명이 지원해 22명이 합격하는 기록을 남겼다.
존스 교장은 "학생등이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아이디어를 창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육의 첫째 목표"라고 말했다.

미국은 평균 교육 수준도 90년대 들어 매우 두드러지게 향상되고 있다.
지난 12월 2일 미 정부는 90년대 10여년동안 추진해온 한 전국적
프로젝트의 성과 결과를 발표했다. 제목은 '2000년 국가교육목표(National
Education Goals 2000)' 추진결과. 결론은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미국 교육시스템은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1990년 조지 부시대통령이 초당적인 '국가교육목표패널(NEGP)'을
설립, 1999년말까지 실천하기로 계획했던 목표들은 미국사회의 특성상
처음부터 100 % 달성이 불가능한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각 주별 세부 실천 내용들을 살펴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들이 많다. 예를 들어 콜로라도주의 경우 13개 분야에서 큰 진전이
있었고, 후퇴한 분야는 3개에 불과했다. 8학년의 과학 성적은 한국와
일본을 제치고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고, 고교졸업후 곧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92년 50%에서 96년엔 53%로 높아졌다.

로버트 라이시 하버드대교수는 저서 '국가의 일(The Work of
Nations)'에서 "글로벌 경제에서 그 국가에 뿌리깊게 남는 것은 그
국가의 사람들(Nation's People)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