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려면 아직도 한참 있어야하는 12월30일 새벽 6시 태릉선수촌.
정적을 깨고 선수들이 하나 둘씩 운동장으로 모여들었다. 새벽 이슬로
얼어붙은 트랙을 따라 선수들이 늘어서자 벨이 울리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에어로빅. 아침운동을 위한 몸풀기였다. 운동장 입구에 걸린
수은주는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에어로빅이 끝나자 일부는
트랙을 돌았고, 일부는 웨이트트레이닝장으로 향했다.

「한국스포츠의 요람」 태릉선수촌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됐다.

입촌한 선수들은 12개 종목 258명. 같은 시간 선수촌 밖에서도 태극전사의

함성은 멎지 않았다.

배드민턴은 제주도에서, 체조는 호주에서 땀을 쏟고

있다. 이들의 「생체시계」는 2000년 9월15일 개막하는 시드니올림픽에

맞춰져있다. 한국의 목표는 금메달 12~10개로 종합 9위.

오전 9시가 되자 하루 훈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웨이트트레이닝장에
들어서자 벌써 땀 냄새가 진동했다. 선수들은 종목별로 삼삼오오 모여
차가운 기구와 씨름중이었다. 땀에 절은 웃옷을 벗어던진 레슬링선수들이
바벨을 어깨에 짊어지고 섰다 앉았다를 수십번씩 반복하는 모습은 꼭
기합을 받는 것 같았다. 방대두 레슬링감독은 『동계 체력훈련은 한 해
농사의 밑천』이라며 선수들을 채근했다.

옆에서는 하키 여자대표들이 배를 움켜쥔채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5㎏짜리 가죽자루를 목에 감싸고 윗몸일으키기를 한 탓이다.
노장 김명옥(27)은 『힘들어도 올림픽 메달이라는 달콤한 유혹 때문에
참을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12시가 되자 선수들은 오전운동을 마치고 식당으로 모여들었다. 땀을
쏟은 뒤의 식사는 꿀맛. 스테이크, 생선조림, 볶음밥 등 뷔페차림이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디저트 삼아 우유 한 팩을 마시고 주먹만한
사과 하나를 더 먹고난 뒤에도 아쉬움이 남는 듯 식당을 나섰다.

점심 뒤는 달콤한 휴식시간. 잠으로 지친 몸을 달래기도 하고
선수회관에서 컴퓨터게임을 즐기는 「사이버세대」도 있었다. 젊은
선수들은 아무래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DDR」 앞에 몰려 들었다.

오후 2시30분. 잠시 「숨고르기」를 했던 태릉은 다시 활기를 띠었다.
운동장에서는 육상선수들이 찬바람을 가르며 달리고 있었다. 하얀 입김은
허공으로 금세 사라졌지만 트랙은 선수들이 떨군 땀으로 더욱 붉게 변했다.

같은 시각 양궁장. 과녁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눈빛에서는 「살기」마저
느껴졌다. 바로 옆에서 스케이트링크 증축공사로 망치소리가 요란했지만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선택 여자 대표팀 코치는 『극도의
정신집중을 요구하는 종목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소음은 훈련에 도움이
된다』며 여유있는 미소를 지었다.

「공식훈련」은 오후 7시면 끝나지만 태릉은 잠들지 않는다. 야간
개인훈련으로 땀을 쏟는 선수들의 함성이 우렁차다. 이런 빡빡한
일정에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얼굴에 솜털이 뽀송뽀송한
김민정(15·양궁)은 『올림픽을 생각하면 시간이 너무 빨리간다』며
오히려 걱정했다.

밤 10시. 불이 하나 둘 꺼지고 태릉선수촌은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시드니의 영광을 조국의 품에」라고 쓴 플래카드가 「불침번」을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