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대비 이행률 40% 밑돌아 흐지부지 될판 ##

20세기 말 세계가 고민했던 화두 중 하나는 '정부와 시장 간의
갈등'이었다. '작은 정부'와 '시장의 힘'을 신봉하는 신자유주의가
대두하면서 전세계는 공기업 민영화를 중심으로 한 정부 개혁 열풍에
휩싸였다. 80년대 초 영국 대처 정부의 대대적인 민영화 정책을 시발로
95년까지 전세계 88개국에서 3800여 개의 공기업이 민영화되는 등
공공부문에 대수술이 가해졌다.

한국은 IMF 관리체제라는 외압에 밀려 '개혁의 막차'에 올라탔다.
그러나 부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은 여전히 '개혁의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개혁을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기업 등 공공기관. 기획예산처는 최근 지난
2년간의 공공부문 개혁 성과를 정리하면서 "두 차례(98년1월, 99년5월)에
걸친 조직개편을 통해 중앙 정부 공무원을 56만명에서 55만명으로 1.9%
줄였고, 기구도 대폭(16실74국136과) 감축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조직-인원 감축 규모에서 볼 때 '과거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개혁'(송희준 이화여대 교수)이란 평가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대치와 결과물의 괴리였다. 조직 개편은 막판에
정치권의 이해가 개입되면서 개혁 초안이 상당히 훼손되고 변질됐다.
김광웅 중앙인사위원장은 "국가 경쟁력 제고와 세계화라는 개혁 취지를
충족시키지 못한 실패작"이라고 평가했다.

지방자치단체 개혁도 전반적으로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육동일
충남대 교수는 "3만5000여 명의 지방 공무원을 감축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혁이 인력-조직 감축에만 국한되다보니 아직 지역
주민들에게 피부로 느껴지는 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부진한 분야는 공기업 구조조정 및 민영화 부분이다. 정부는
작년7~ 8월 두 차례에 걸쳐 공기업 경영혁신 및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다.
2000년까지 주요 공기업 정원의 25%(4만1000명)를 감축하고, 포항제철 등
5개 공기업과 자회사 33개 등 38개를 올해 말까지 민간에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부분적인 성과가 있었다. 인원 감축을 목표치의 78%(3만2000명) 정도
했고, 공기업 매각을 통해 52억달러의 외화수입을 포함해 5조6000억원의
재정수입을 확보했다. 하지만 상당수 공기업은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고, 민영화 일정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현재 민영화가 완료된 공기업은
국정교과서 등 모기업 2개와 매일유업 등 자회사 11개로 올해 말까지
민영화를 약속한 대상기업의 40%에도 못 미친다.

더욱이 문제는 개혁 여건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들어 경기가 회복되고 외환보유고가 700억달러선으로 회복되면서
외자유치를 위한 민영화 필요성이 사라졌다. 공기업을 재벌과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데 대한 반감도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다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을 계기로 한껏 목청이 높아진 노동계와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타협하면서 "공기업 개혁은 물건너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민영화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박사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는,
주식만 민간이 소유하는 민유화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남일총 박사도 "공기업의 지배 소유구조를
바꾸지 않고 정부가 계속 공기업을 컨트롤한다면 개혁은 시늉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김준기 서울대 교수는 "최고 정책결정자가 시장경제와 민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관심을 표명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을 교통정리할
수 있는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