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포네는 대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진짜 마피아 보스라면 찰스
루치아노, 마이어 랜스키, 프랭크 코스텔로 3명이지요."

경기도 이천의 개업 안과의사 안혁(37)씨는 마피아 전문가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조직범죄 100년의 역사 마피아'(지성문화사)까지
냈다. 서재에는 마피아 관계 자료가 빼곡하다. 마피아 은어에도 능하다.

'히트맨'은 암살자를, 'Making one s bones'는 첫번째 살인으로

'경력'을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줄줄이 꿴다. 96년엔 영화 '언터처블'의

배경이 됐던 시카고 루프가를 찾아'현장 취재'까지 했다.

"중고등학교때 남자답고 의리를 생명처럼 여기는 '조직'에
매혹됐어요. 사내라면 누구나 한번 빠져들고픈 세상 아닌가요."
고려대 의대를 나온 안씨가 본격적으로 마피아를 연구하게된 것은
86년 무렵. 일본 저널리스트 오치아이 노부히코가 쓴 '2039년의 진실'을
읽고서였다. 케네디를 암살한 세력이 닉슨을 비롯한 CIA, FBI,
마피아라는 주장에 충격을 받았다.

3년전부터는 인터넷을 통해 미국 마피아 전문가들 홈페이지를 찾아
자료를 교환했다. '마지막 진술'(찰스 루치아노) '자서전'(조셉 보나노)
등 보스들이 쓴 책을 다른 자료들과 비교 점검해나갔다. "미국에
마피아가 자리잡도록 한 건 권력자들입니다. 무솔리니가 시실리
마피아를 핍박하자 미국으로 건너왔고, 1920∼1933년 금주법 시행은
마피아가 검은 사업으로 돈을 벌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FBI 국장
에드거 후버는 마피아 신디케이트를 도와주며 이용했습니다."

가장 주요한 관전 포인트는 루치아노를 비롯해 걸출한 보스들의
힘이다. 마피아 연구자의 눈에 읽힌 미국은 어떤 것일까. "미국은
국익을 위해서는 국제법도 무시하고, 공정하지 않은 게임을 마구
하고있다는 점에서 마피아와 매우 닮아 있습니다." 현재 마피아는
뉴욕 5개 패밀리를 비롯해 시카고, 클리블랜드까지 7개. 합법화한
지금 조직의 저류에는 초기 마피아 체제가 고스란히 남아있다고
한다. 그는 "패션 디자이너 베르사체 암살, 존 F 케네디 주니어
경비행기 추락사 배후에도 마피아와 군산복합체 커넥션이 있을지
모른다"고 음모론을 가동했다.

의사들 가운데 매니아들이 많지만 그는 사실 관계를 따지는 데서
오는 집중을 즐기는 경우다. 마피아 보스들 사진을 늘어놓고 이들과
관련된 사건과 꿰맞추며 상황을 상상하는 일이 무엇보다 즐겁다고
한다. 미국의 마피아 매니아들이 가장 친한 친구들. 퇴근하자마자
서재로 뛰어들어 '폭력세계'에 몰입하는 바람에 아내로터 핀잔도
많이 들었다. 앞으로 일본 야쿠자도 연구할 생각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의 '트라이어드'가 마피아와 맞설만한 조직입니다. 하지만
21세기는 이들이 손을 잡는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안씨의
'가설'을 들으니 갑자기 섬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