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보수 신당'으로 변신을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년 총선에서
세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자민련은 국민회의와 공조하면서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정당으로 국민들에 인식돼온 것이 사실이다. 줄곧 '보수
원조'를 자임해온 자민련이 이렇듯 독자성과 정체성을 잃는 바람에 지지기반도
함께 무너졌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 탓이다.

자민련이 '신보수'를 표방,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 각 지역을 돌며 토론회를
열었던 것도 정체성 회복을 위해서였다. 국민회의가 주도하는 새천년민주신당
(가칭)이 이른바 진보세력에 가까운 인사들을 흡수하는 데 맞서 자민련은
보수인사를 영입해 총선에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어정쩡한 색깔로는 집권 제1당인 국민회의에 인재들을 뺏길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보혁구도'로의 재편은 김종필 총리의 지론이기도 하다. 김 총리가
이처럼 보수신당으로 내년 총선 승부를 걸 경우, 국민회의의 개혁신당과의
차별화 전략은 생각 이상으로 「치열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벌써부터 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국가보안법 개정 추진, 서경원 전 의원 사건
재수사 등 이념 문제가 걸린 사안에 대해 앞으로 보수 신당이 야당을 능가하는
격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언급된다.

자민련은 또 '확대 개편'이 외부 인사 영입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 이한동 의원 외에도 정치권의 여러 사람에
공을 들여왔다는 것이 김현욱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자민련이 당명을 바꾸면서
새롭게 태어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이들의 합류 결심을 재촉할 수 있으리란
것이다.

자민련은 또 내년 선거에서 수도권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처지다. 영남권은
이미 상당히 어려워진 상태에서, 세력을 넓힐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수도권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도권 승부는 당장 수도권에서 국민회의와의
연합공천 싸움부터 쉽지 않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자민련 지지도는 미약하다.
이에따라 김 총리는 자민련을 보수신당으로 탈바꿈시키면서 이한동 의원을 영입,
수도권 승부에 대비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김 총리가 이 의원을 이같은 용도로
쓰기로 했다면 이 의원이 보수신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국민회의는 이같은 자민련 신당 움직임에 대해 『지지율 확대를 위한
노력』이라고 평가했으나, 보수신당이 개혁신당과의 차별화를 세력확대의 기본
수단으로 삼고 있는 점에 대해선 우려하는 표정이었다. 한 관계자는 『차별화가
보수신당에는 잠시 득이 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여권 전체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보수신당 계획에 대해 『국민회의의 신당도 바람을 일으키지 못하는
판에, 자민련의 신당은 찻잔 속 태풍일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나라당은
『보수적 유권자들은 야당인 한나라당을 지지할 것이며, 이한동 의원의 중부권
'장악력'은 별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