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세밑이 다가왔다. 여느 해와 다른 1900년대의 끝 해, 새 천년이 온다고
세계가 들떠 있다. 어떻든 지난 1년을 정리할 때다.

20, 30년 전만 해도 지금처럼 못살았지만 인정 사회였다. 섣달 그믐날 밤에는
늦도록 '묵은 세배'(구세배)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묵은
세배란 1년의 마지막 순간, '한 해를 잘 보냈다'고 어른들께 올리는 인사였다.
조선조 때는 '명함 세배'(세함)도 있었다. 웃어른으로부터 세찬을 받은 하급
관리들이 '이름을 적은 쪽지'를 상사 집에 갖다 놓았다. 윗사람들은 문간의
적당한 곳에 소반을 두어 이를 받았다.

주고 받음은 엄격했다. 오늘 같은 뇌물이 아니었다. 세찬은 원래 어른이 먼저
아랫사람에게 보냈다. 조선조 임금들은 동짓달을 맞으면 관상감에 달력을
만들도록 하여 동문지보라는 어새를 찍어 섣달 안으로 관원들에게 나눠줬다.
궁중에서는 도화서에 그림을 그리게 하여 관아로 내려보내면 관원들이 나눠
가졌다. 세화였다.

세찬의 내용은 토산품이 대종. 마른 생선(어포) 육포 밤 곶감 사과 배 술 등
시절 음식이었다. 비싼 것이 아니라 보내는 이의 정성이 담긴 자연스런
물품들이다. 요즘은 이런 물품이 더 비싸기는 하지만 .

어떤 분의 말씀. "베푸는 것은 저축, 받는 것은 부채". 독자 여러분, 남은
올해 편안하시고 새 천년에는 복을 많이 지읍시다.

(*서희건/조선일보80년사사편찬실장 suh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