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2월 20일 오후 2시. 국립환경연구원 야생동물과 홈페이지에
「경보」 메시지가 오른다. 일본 철새보호단체인 야조회와 환경청에서
보낸 것들.
『이즈미 지역에서 두루미들 북상 시작. 20일 오후 1시 현재 약
200마리 이동 추정. 중간 기착지로 한국의 대구 화원지구, 전남 순천만
지대 택할 듯. 예상 도착 시각은 20일 밤 늦은 시각부터 21일 새벽 4시
사이가 될 것으로 보임. 조치 요망. 』
확인을 마친 유병호 야생동물과장, 김진한박사, 박진영 연구사 등
야생동물과 조류팀이 바빠진다. 각각 환경부로, 대구와 전남 순천시
시청 환경보호과 등에 연락을 취한다.
『두루미는 비닐 하우스에 반사되는 햇빛을 싫어합니다. 현재 사용
않는 화원지구 비닐 하우스들 걷어주세요.』 『순천만에 불법 사냥
단속 철저히 해야 합니다. 두루미가 날아와요.』
한-일 지역을 통과하는 겨울 철새 두루미 보호를 위해 취해지는
가상 상황이다. 군사 작전 같은 이 상황은 양국이 새천년을 맞으면서
가동하게될 「두루미 보호 협력 체제」의 일환.
한-일 양국의 철새 보호에 대한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15일∼18일까지 한국에서 열린 「제 4차 한-일
철새보호협력회의」에서 두루미 보호를 위한 이-메일(E-Mail) 경보체제와
두루미의 분산 수용안 등 2가지가 심도있게 논의 됐다. 특히 이-메일
경보체제는 지금까지의 시험단계를 거쳐, 2000년부터 구체화 작업에
들어간다. 또 일본 이즈미 지역에 집중한 두루미 체류지의 한-일 양국
분산 수용은 「장기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한-일 양국이 96년부터 시작된 4차례 회의를 통해 채택된 두루미
이-메일(E-Mail) 경보체제는 11월과 3월 사이 러시아나 중국으로 부터
일본을 오가는 새들이 한국을 경유할 때, 실시간으로 통과 예정
시점을 알려 중간 기착지에 보호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야생동물과 김진한박사는 『비상 연락망은 일본 환경청과 환경단체,
한국 환경부 사이에 설치된다』며 『기착지 등에서는 농약 등 위해
물질의 살포를 금지하고, 수렵용 총기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펴게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체계는 98년 1월 낙동강변에서 농약을 먹고 죽은 20여마리의
두루미들이 일본에서 이동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부착한 가락지를 발목에
찬 것들로 확인되면서 논의됐다.
지난 17일 충남도 아산시 천수만에서 흑두루미 군을 확인한 나카오
후미코(여) 일본 환경청 자연보호국 야생생물전문관은 『한국에서의
두루미 체류 및 월동 확인은 한-일 공동보호 필요에 확신을 줬다』며
『구체적이고 현실성있는 보호에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방안은 일본 이즈미 지역에서 주로 겨울을 나는 흑두루미
(약 8000마리)와 재두루미(약 2000마리)의 한국내 분산 수용. 세계적
희귀종인 이들은 전염병에 약해 한마리가 걸리면 절멸할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위해 분산 수용안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환경부 임종현 자연생태과장은 『현재 국내에 적합한 분산 수용지는
전남 순천만』이라며 『흑두루미의 경우 약 85마리 정도가 순천만을
체류지가 아닌 월동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한국에서 월동하는 두루미중 재두루미는 철원 300마리, 임진강
50마리, 흑두루미는 순천만 85마리, 천수만 30마리 등이다. 이중
순천만은 습지가 넓어 사람 접근이 어렵고, 다른 조류의 월동률이
비교적 적어 두루미의 생존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분산 수용지로
적격이라는 분석이다.
박진영 연구사는 『5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본 이즈미섬에
두루미들이 약 100∼200마리에 불과했다』며 『현재 1만마리까지
늘어난 것은 이곳 주민들이 먹이를 줘 「인공 증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이 야생동물 먹이 주기를 줄이고 순천만의 뛰어난 자연
환경을 유지하면, 자연스레 분산 수용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4차회의 한-일 양국을 거치는 철새가 모두 278종에
이른다는 것을 공동 확인했다. 위성이나 발목 밴드 등으로 기본적인
이동경로가 확인된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외에도 세계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5∼6종도 포함됐다.
환경부는 『두루미에 이어 이들 철새 보호를 위한 양국간 협조의
폭을 확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이 같은 공조체계는 2000년대 양국이
동북아뿐 아니라 환태평양 지역 철새 보호 정책의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