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밤 10시쯤부터 대검은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이날 밤샘 조사 후 사법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던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해 「귀가 결정」을 내린 직후였다. 오전 소환 때까지만 해도,
「이번 소환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결국 「일단 귀가」로 결정됐다.
박 전 비서관은 이날 밤 12시쯤 귀가했다. 박 전 비서관은 귀가에 앞서 「혐의를 벗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한 뒤 입을 굳게 닫았다. 그는 『편견과 선입견만 없다면
』이라고 말한 뒤 말끝을 흐렸다.
이에 앞서 차동민 공보관은 밤 10시10분쯤 황급히 기자실로 내려와 『박 전 비서관을 자정 전
귀가시킨다』고 발표했다. 차 공보관은 『사직동팀원 등 관련자 진술과 본인 진술을 종합 검토한 뒤
재소환 여부를 결정한다』며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고 「귀가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처리가 달라지는지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재소환 여부, 사전영장 청구 여부는 나중에
결정한다』고만 말했다.
30분쯤 후 신광옥 중수부장도 『수사는 다 끝났다』며 『결론은 이미 나와 있고, 내일 (박 전
비서관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그는 밤 11시20분쯤 단호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한 뒤 퇴근했다.
수사팀은 일체 함구로 일관했지만, 내부적으론
미묘한 분위기 변화가 감지됐다. 마지막 소환으로 여겼던 이날 박 비서관의 소환조사가 일단 귀가로
종결되자, 박 비서관의 처리와 관련, 뭔가 「결정적인 단서」가 포착된 것 아니냐는 말들이 계속 떠돌았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20분 상기된 표정으로 대검에 출두한 박 전 비서관은 『서면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연정희씨에게 호피무늬 반코트를 반납하라고 언질을 준 적도 없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직행했다.
그가 조사를 받는 동안 대검 청사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에 대한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구속이 임박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그가 출두하기 전부터 검찰 주변에선
『박 전 비서관 소환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퍼졌다.
그러나 그는 변호인을 통해 낸 「박주선의 입장」이란 보도자료에서 『20여년 봉직한 검사로서의 양심과
대통령을 모셨던 비서관으로서의 명예를 걸고 거짓말을 한 적이 없으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적도
없다』며 『부도덕한 재벌총수에 대한 단죄 결과로 악덕 재벌이 꾸민 거대한 음모의 덫에 걸렸음을
비통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잠시 광풍(광풍)에 휘말려 음모의 늪에 빠졌던 「드레퓌스 대위」의 고뇌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며 자신의 연루를 「드레퓌스 사건」에 비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