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음씨는 그때 조사받고 놀라 가지고 바로 달아나서 제가 아무리
연락을 하려고 해도…."

지난 8월 25일 옷로비 청문회에 출석한 라스포사 정일순 사장의 증언
내용이다. 그러나 바로 이 청문회를 즈음해 정 사장은 라스포사
직원이었던 이혜음씨와 100여 차례 통화하며 말을 맞춘 것으로 옷로비
특별검사팀 수사결과 드러났다.

옷로비 사건에 관한 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가 20일 발표되면서
"청문회는 뭐하러 하는 것이냐"는 비판론이 새삼 제기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가 지난 8월 23~25일 사흘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실시한 청문회에서의 증언내용 중 상당 부분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가령 연정희씨는 청문회에서 "밍크코트는 12월 26일
나도 모르는 새 배달됐다"고 증언했지만 특별검사는 '밍크코트는 12월
19일 배달됐으며, 연씨는 배달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또
정일순, 배정숙씨는 "옷값 대납 요구는 이형자씨 자매가 꾸며낸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특검은 '정씨는 다섯 차례, 배씨는 두 차례 대납 요구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청문회는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목요상 법사위원장은 "거짓말한다는 심증은 있었지만 강제수사권이나
제재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최연희
간사는 "여당이 국정조사 범위를 가급적 확대하지 않으려고 버텨 청문회
기간을 3일, 증인 범위를 검찰조사 대상자로 한정하는 등 그나마 청문회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여당쪽에 화살을 돌렸다. 정형근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은 "이번 특검 조사결과 밝혀진 밍크코트 배달 날짜, 박주선 비서관
개입의혹 등은 이미 청문회에서 제기됐던 것"이라며 청문회가 나름대로
기능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설' 이상의 보강 증거를 사전에
충실히 수집했더라면 증인들이 위증을 밥 먹듯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부 여당의원에 관해서는 진실규명에 소극적인 정도가 아니라 방해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시 조홍규 의원은 연정희씨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질문하기보다는 "내 질문시간이 남았는데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고
해명기회를 주는가 하면, 한영애 의원은 "같은 여자라서 사정을 잘 아는데
억울한 측면이 많은 것 같다"며 증인을 감싸고 돌았다. 박찬주 의원은
"장부조작은 여건상 불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등 유도성 질문을 통해 사건
은폐조작 의혹을 차단하려고 노력했다. 이 때문인지 의원들은 특검팀의 발표
후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이에 대해 조홍규 의원은 "이제 와 보니 김태정 법무장관, 박주선 비서관
등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당시로서는 옷로비가 실체없는
정치공세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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