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가 3일밖에 남지 않아 수십건의 민생-개혁 관련 법안이 사장(사장)될
운명이다. 14일 현재 계류중인 법안은 686건. 역대 국회보다도 많은 법안을 만들었지만, 이익집단의 로비에
발목을 잡히거나 부처간 이기주의, 여야의 정쟁 등으로 빛을 못보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법안도 많다.
◆ 이익집단의 이해 충돌 경우
전력산업 구조개편 촉진에 관한 법은 한국전력의 몸집을 작게 하자는 개혁법안이지만 노동계가 분할 매각에
극렬히 반대해 국회 처리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변호사법-공인회계사법-세무사법도 이익단체의 저항 앞에서 개혁의지가 꺾인 사례. 정부-여당은 이들
전문직업인 이익단체의 복수화를 허용하려 했으나 이들 집단의 강력한 로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특허청 직원의 반발에 부딪힌 경우. 현행법은 일정 기간 특허청 근무자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증을 부여하도록 되어 있으나 개정안은 일부 과목만 면제하고 시험에 응시하도록 되어 있다.
특허청 관계자들은 그러나 현재의 직원은 법안 적용 대상에서 면제토록 로비하고 있다.
교육위에 계류중인 유아교육법은 취학 전 아동 교육의 공교육화를 추진하면서 일정 시설 이상을 갖춘
'유아학교'를 만들도록 하고 있다. 이에 유아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학원과 보육시설들이 시설 투자에
부담이 추가된다는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참전군인지원법은 6·25와 월남전 참전용사들에 대해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참전용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재향군인회가 국고지원금 축소를 걱정해 반발함에 따라 법안이
상임위에 묶여 있다.
종합예술학교를 정규대학으로 승격시키자는 국립예술대학설치법은 전국의 예술분야 교수들이 격렬하게
반대해 종합예술학교 교수들의 집요한 로비에도 불구하고 사장 위기에 처했다.
◆부처간 이기주의
정부부처간 이기주의로 표류하는 법안도 상당수다. 마사회를 농림부 관할로 하느냐, 현재처럼 문화관광부
관할로 하느냐의 영역 싸움이 대표적이다. 마사회를 농림부 관할로 옮기는 것은 국민회의의 대선 공약이지만,
문화관광부의 반대로 몇 년째 표류하고 있다.
기술사법 개정안은 노동부와 과학기술부가 충돌하는 법안이다. 한나라당 이상희(리상희) 의원은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기술사시험을 과학기술부로 옮기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기술사를 단순
기능인이 아닌 전문인으로 평가해 주자는 취지. 그러나 노동부는 "산업인력 관리는 노동부에서 총괄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환경기술개발지원법은 환경기술진흥원 설립을 놓고 환경부와 행자부가 대립하고 있다. 환경부는
환경기술업무 총괄을 위해 진흥원을 설립하자고 주장하나, 행자부는 정부조직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한다.
◆ 여야의 첨예 대립
내부고발자 보호 등을 골자로 한 반부패기본법안은 여당과 야당이 특별검사제 도입 여부를 놓고 맞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고위공직자 비위에 대해 특검제를 도입해 수사하는 것을 요지로 한 '부패방지기본법안'을 회기
중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처리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인사청문회법안도 마찬가지. 야당은 청문회 대상에 국정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이른바
'빅4'를 포함하자고 주장하지만, 여당이 반대해 흐지부지된 상태다.
국가보안법 개정은 국민회의의 개정 추진에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반대해 이번 회기내 처리가 불가능하고, 교원
정년이 문제인 교육공무원법은 자민련은 63세, 한나라당은 65세로 재연장하자는 개정안을 각각 제출했으나,
정부와 국민회의는 법의 안정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독도를 유인도로 개발하자는 내용의 독도개발특별법안은 한나라당이 제출한 것인데, 정부와 여당은
"괜히 일본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해 폐기될 운명에 놓였다.